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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탈레반 한국인 납치 테러사건: 문제점과 원칙

현곡 이종수 2007. 9. 19. 17:42

탈레반 한국인 납치 테러사건: 문제점과 원칙


이춘근 / 자유기업원 부원장. 2007.8.2.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에의 수도 카불에서 버스를 타고 칸다하르 지역으로 이동하던 한국인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 했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가 지난 25일 탈레반은 봉사단 단장이던 배형규 목사를 살해 했다. 배형규 목사를 살해 한 정확한 동기를 알 수 없지만 탈레반 측의 해명은 그가 아팠기 때문이라 한다. 31일에는 심성민 씨를 살해 했고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은 그를 살해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8월 1일 그들은 한국 여성 인질 중 두 명은 아파서 죽을 지도 모른다고 협박하고 있다


탈레반은 어떤 세력인가?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안이 있다. 아픈 사람은 치료를 해 주든가, 자신들이 스스로 치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라면 아픈 사람을 석방함으로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인 도덕률이다. 그래서 아무리 교전 중인 적국의 병사라 하더라도 부상당한 병사는 치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원리다. 인질납치와 더불어 자행 되는 테러리즘의 경우라도 노약자, 환자, 여자들은 먼저 풀어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총을 10발이나 쏴서 사람을 죽이고도 그가 아팠기 때문에 살해했다는 식으로 염치없이 말하는 탈레반식의 논리라면 앞으로 아프게 될 인질을 전부 총살해도 된다는 말인가? 31일 살해된 심성민 씨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탈레반 스스로 밝히고 있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자들이 어떤 세력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기준으로 사고(思考)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합리성과 우리의 합리성은 다르다는 말이다.


탈레반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했던 1979년부터 소련이 붕괴되는 1990년까지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소련군을 궁극적으로 격퇴 시킨 군사 조직인 무자히딘 반군과는 다른 조직으로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했던, 근본주의 이슬람을 신봉하는, 상당한 수준으로 조직된 정치 단체이다. 9.11 사태의 주모자인 알카에다 조직과 오사마 빈 라덴을 지지하는 이들은 9.11 이후 미군 및 연합군의 공격에 의해 궤멸 되어 정권을 잃었지만 현재 약 2만에 이르는 탈레반은 게릴라 및 테러 전술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대항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반 테러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받고 있는 전쟁이다.


탈레반은 현재 생존한 21명의 한국인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23명의 동료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면서 1차로 8명을 그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인질과 맞교환 하자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혹자는 한국인을 납치한 세력은 탈레반이기 보다 강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8월 1일 현재 한국인 인질 21명은 여러 곳에 나뉘어 분산 되어 있는 상황이라 하며, 한국 정부는 한국인이 납치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인질 구출을 위해 백방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인질 납치사건의 본질과 해결의 어려움


지금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해결하기 대단히 어려운,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결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 이라는 것이다. 탈레반이 원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구금하고 있는 동료 탈레반을 한국인 인질들과 맞교환 하자는 것인데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구금하고 있는 탈레반들을 풀어주라고 요구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다만 ‘사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더 어려운 문제는 구금된 탈레반과 한국인 인질들을 맞교환 하라고 요구 할 ‘권리’만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일도 아니라는 점이다. 반테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 체포한 자들이기 때문이며 이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탈레반을 강화 시키는 것이며 우리정부도 동참하고 있는 국제적인 반테러 전쟁에 정면 배치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질을 맞교환 하는 경우 이는 탈레반에게 앞으로도 계속 인질을 납치하라는 허가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경제원조 및 지원금의 증액을 약속함으로서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포로들의 교환을 설득하려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발전은 탈레반이 먼저 소탕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접근 방법은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 더구나 지금 돈을 주고 인질을 구출하는 경우 그것은 세계 도처에 나가 일 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테러리스트는 물론 돈을 필요로 하는 각종 범죄조직의 손쉬운 표적으로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직접 협상하는 방법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탈레반에게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한국인들을 모두 구해 오는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 집단과 한국정부가 “협상”을 한다는 것도 원칙에 어긋나며 납치된 한국인을 구출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에게 협력 한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의 심각한 비난과 고립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기본 원칙


테러리즘이란 우선 무고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체포, 살해함으로서 상대방 국민(혹은 정치 집단)을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들고(terrorize),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물론 ‘한편에게 테러리스트인 사람은 다른 편에게는 자유의 투사’ (One Man's Terrorist is another man's Freedom Fighter) 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안중근, 윤봉길을 ‘義士’ (의사, Freedom Fighter) 라고 부르지만 일본 사람들 중에는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자유의 투사인지 테러리스트인지를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 존재한다. 우선 자유의 투사들은 어린이나, 노인, 여자를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그리고 자유의 투사들은 행동이 결코 치사하거나 비겁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다. 그래서 안중근, 윤봉길은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의사들이며, 2차 대전 중 조국이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후 레지스탕스 운동을 전개한 프랑스 젊은이들은 가장 쉬운 표적인 독일군 장교들의 아내와 가족들을 결코 살해 대상으로 삼지 않음으로서 스스로 자유의 투사임을 증명해 보였다. 아프다는 사람에게 총을 10발이나 쏴서 죽이고, 압도적으로 여성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버스채로 납치한 탈레반은 테러리스트의 전형이며 이들은 테러리스트들을 대하는 기본 원칙대로 대해야 한다.


사건이 꼬이는 과정은 대체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결과다. 현재의 테러리즘은 ‘과거의 정치적 편의주의의 결과’ 라고 비판하는 테러대책 전문가 게일 리버스는 ‘테러리스트는 현장에서 사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테러리스트들을 현장에서 사살하지 않고 포로로 잡는 경우 반드시 다음번 테러리즘이 유발되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의 가장 흔한 요구가 감옥 속에 있는 동료 테러리스트의 석방이라는 점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Gayle Rivers, The War Against the Terrorists: How to Win It, New York: Stein and Day, 1986] 이번 한국인 납치사건은 테러리즘의 전형적인 원인에서 야기된 것이다. 게일 리버스는 ‘정치가들이 현재의 정치적 편의에 의해 테러리스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야말로 테러리즘이 지속적으로 세계를 더럽힐 수 있게 하는 것’ (위의 책 29쪽) 이라고 주장한다.


테러리즘에 대응하는 또 다른 원칙은 선제공격 및 보복의 원칙이다. 테러리스트들은 합리적인 설득으로 억제 당하는 자들이 아니다. 자살 특공대를 억지할 방법은 논리적으로 없다.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억지에 실패한 경우 테러리스트들은 결국 보복을 당하고 말 것이라는 점을 확실해 해야 한다는 것도 테러리즘에 대처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을 11명씩이나 살해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 중 일부 생존자를 이스라엘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가 모두 석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수상은 이들에 대한 전원 사살을 명했고, 이스라엘의 정보부는 지구 방방곡곡을 뒤져가며 거의 10년에 걸쳐 이들을 모두 죽였다. 이스라엘의 작전명은 Operation Wrath of God (신의 분노 작전) 였다. 테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처 방법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스라엘에 이 같은 보복 원칙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테러를 당했을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은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 무고한 한국인 인질 전원을 당장 석방하라, 만약 한 사람이라도 인명 피해가 발생 할 경우 강력하게 응징 할 것 이다’라고 말 했어야 할 일이다. 한국인이 한명 살해 된 후 한국 정부는 비로소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는데 빈 말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 반 테러리즘 전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들이 구체적인 행동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처 방안


우리 정부는 한국인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출해 내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해 있다. 23명중 2명이 살해당하고 21명이 남아 있는데 이들을 나누어 구출하는 방법은 옳지 못하다. 전원을 한 번에 구출하는 방법이 아닌 한 한국 정부는 앞으로 장기간 인질 문제에 매달려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는 인질들의 위협에 굴복, 계속 머리를 숙이는 입장만을 견지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 국민의 생명에 더 이상 위해가 가해 질 경우 한국정부는 그들을 결코 용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처음부터 당당하게 말해야 했다. 어차피 테러리스트들은 우리와 같은 기준으로 사고하는 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 조아리며 사정한다고 인질을 석방할 자들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재외 한국인들의 안전에 대해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사건이 진행 중에 있지만, 소말리아에서 납치 된 후 70일 이상 억류 당 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현재도 4명이나 있으며, 9.11 당시 세계무역 센터에서 희생 당한 한국인도 18명에 이른다. 중국의 화물선에 받쳐 목숨을 잃은 골든 로즈 호 선원들의 시체 인양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김선일 사건 이후 보다 철저한 정부의 자국민 보호 대책이 없었다는 사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탈레반이 인질체포 작전을 개시 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한다. 미리 대비 했어야 했다.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와 같은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도 불실했다는 것이 판명 됐다. 세계 10대 경제국가인 한국은 세계 도처에 국민들이 나가서 일하는 나라다. 위험지역에 대한 철저한 정보와 대책을 확보해야 하며 정부는 위험한 지역에 무방비 상태의 한국 국민이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혹은 다국적군이 한국인 “인질 구출 작전”을 전개할 것 같다는 정보에 한국 정부가 노심초사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질의 안전을 더욱 위험하게 할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인질 구출 작전”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와 국민인지도 의문스럽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테헤란 미국 대사관에 억류되어 있는 자국 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이란 특공 작전은 자국 국민은 결코 구해 내고야 말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인 일 이었다. 상당수 인명 손실을 야기하기는 했지만 수천 킬로미터 원거리를 날아가 인질이 되어 있는 자국 국민을 구출해 낸 이스라엘의 엔테베 특공 작전은 역사에 빛나는 인질구출 작전이었다.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궁극적으로 특공대라도 파견해서 우리를 구출 해 줄 거야” 라고 생각하는 그런 나라가 더욱 건강한 나라가 아니겠는가?

출처 : Way to Happiness
글쓴이 : 배학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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