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公共協商 特性에 관한 硏究
: Taliban과의 異文化間 協商을 中心으로
이종수(중앙대 행정대학원 연구교수)
Ⅰ. 서 론
2007년 5월 타결된 FTA 협상이나 2007년 7월 발생한 이라크의 탈레반의 샘물교회 신도 피랍, 또는 글로벌기업의 국내외적 M&A의 증대 및 노사간 협상 등과 같이 협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계속하여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지금까지도 협상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협상시스템의 부재를 방관하고 있다.
본 연구는 왜 한국정부는 협상에 약한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한국의 문화 심리적 접근을 통하여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 서술의 순서는 선행연구를 통하여 문화 심리적 연구의 필요성을 정립하고, 이어서 문화 심리적 분석과 진단을 통하여 공공협상의 발전방향을 시사 받고자 한다.
협상과 관련된 주요 선행연구 내용을 일별하면, 최윤희(1998)와 나은영(1995)는 국제협상의 문화적 접근을, 황상민(1995) 또한 한국인의 협상심리를 유형화하여 협상전략을 분석하였으며, 김진학, 김현종(2002)도 국제협상의 문화 심리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김병국(2002)도 협상심리를, 이종건, 박헌준(2004)등은 협상전략을, 조남신, 김승철(2004)은 국제협상의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나, 한국인의 문화심리 분석을 통한 협상문화연구는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공공정책 당국 협상의 경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일반적인 특성을 보인다. 첫째, 분쟁심화 이전까지 협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둘째, 협상준비가 소홀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 셋째, 당국의 정책이 단기적, 임기응변적, 일방 강행적이다. 넷째, 당국의 정책결정과 협상의 경직성이다. 끝으로, 주민참여의 부재 등을 들 수 있다.(시정개발연구원, 1994) 특히 공공협상의 특성은 제도적 협상을 중시한다. 예컨대 협상, 보상, 중재, 정보제공 등이다. 공권력 중심의 권위적 협상이란 특성을 띤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본 연구자는 국제화시대 한국의 전통문화 특성을 분석하여 공공협상문화 특성요인을 발굴하고(이종수, 2007. 9),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협상문화 특성을 문제제기 차원에서 제기하고자 한다. 곧 ‘知彼知己 百戰不殆’란 孫子의 兵法처럼, 우선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파악을 위한 문화 심리적 접근을 중심으로 문화적 특성을 찾고, 이와 같은 진단을 토대로 바람직한 공공 협상력 제고방안을 찾아 제시한다.
본 연구는 한국적 공공협상행태를 문화 심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행태적 취약점을 도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국제공공협상 있는 진로를 서설적으로 모색했다는 점에 연구의의가 있다.
Ⅱ. 공공협상연구의 문화 심리적 접근
제1절 문화와 협상
1. 문화와 협상
국제협상에 있어서 협상자들의 협상행태는 이문화간 협상과 동일 문화 간 협상사이에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곧 문화적 특성이 협상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김진학, 김현종, 2002 : 150 ; Adler & Graham, 1989 : 515-537)
문화 간 차이란 “한 사람이 왈츠를 추면서 탱고를 추려는 것”과 같다고 했다. 문화 간에 기본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춤이기는 하지만 매우 이질적인 특성의 춤을 추는 것과 같다. 각 문화 간에는 차이의 딜레마(dilemma of differences)가 존재하므로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여 차이가 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얻을 수 있다는 시각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를 얻기 어렵다는 시각이 충돌한다.(안세영, 홍성민 : 4)
문화차이가 협상에 미치는 영향(Lewicki, et al, 2004 ; 김성형역 : 483)은 첫째, 문화마다 협상의 정의가 다르고, 둘째, 문화마다 협상가의 선별기준이 다르며, 셋째, 의례와 격식이 다르며, 넷째, 의사전달의 의미가 다르고, 다섯째, 시간개념이 다른 점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협상의 성공은 문화 간 차이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절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화심리학자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문화적 변화성에 대한 제 차원 중 문화와 협상에 가장 관련된 차원은 개인주의-집단주의, 권력거리, 커뮤니케이션 맥락(context), 그리고 시간개념이다.(Brett & Okumira, 1998 ; Cohen, 1997)
첫째, 개인주의-집단주의는 협상연구에 있어서 긴요하며, 자주 인용된다. 왜냐하면 동양문화는 동질적이고 집단적인 반면, 서양문화는 개인적, 이기적이기 때문이다.(최윤희, 1998) 개인주의는 구성원간 약한 유대와 독립적, 개인적 목표에 가치를 부여하나, 집단주의 문화는 강한 유대강화와 상호의존, 집단의 목표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둘째, 권력거리가 큰 사회는 의사결정권이 대부분 상부에 집중되어 있고, 작은 사회는 의사결정권이 분권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권력거리가 큰 국가이다.(Hofstede, 1981)
셋째, 커뮤니케이션 맥락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도구로부터 의미를 전달받는 정도를 말한다.(Hall, 1976) 고 맥락 문화(한국 등)는 암시적이고 간접적인 언어를 선호하며, 문맥상의 단서에서 의미를 도출한다. 반면 저 맥락 사회(미국 등)는 숨김이 없고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넷째, 시간개념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다중(polychronic)시간 개념인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며 많은 직무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단일(monochronic)시간 개념인들은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고, 한 번에 하나의 직무만 할 수 있다고 본다.
기타 협상에 미치는 중요한 문화적 요인으로 1) 환경정향 2) 시간정향 3) 행동정향 4) 커뮤니케이션정향 5) 공간정향 6) 권력 정향 7) 개인주의 정향 8) 경쟁정향 9) 구조정향 10) 사고정향 (김진학 외 : 150 ; 이두원, 2005) 등을 들 수 있다.
2. 국제협상에서 문화의 중요성
타문화(권)과의 협상은 먼저 타문화와의 접촉을 의미하며 문화 간 협상을 원활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 문화는 물론이고 타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문화 간 협상능력은 타문화수용능력을 전제로 한다.(이두원, 2005)
국제협상은 이문화적 배경을 갖는 주체들 간의 동태적 의사결정을 교류하는 점에 있어서 국내협상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Salacuse, 1988 : 5-13) 예컨대 1) 문화차이와 갈등극복 2) 계약이행의 어려움 3) 합의안 조정의 어려움 등이 그것들이다.
국제협상처럼 이질문화 간 협상주체들 간의 협상에서는 문화와 협상행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소위 국가스타일이라는 문화에 바탕 한 협상행태의 이해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공공, 민간기업의 국제거래협상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협상참여자들이 본국 중심적인 사고에서 출발하여 상이한 문화권에 있는 협상상대방에 대하여 그들 또한 자기와 유사하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문화적 몰이해에서 기인한다.(김진학, 김현종, 1999 : 43-44)
국내외 협상을 위한 이 문화 수용과 효율적 협상전략을 예시적으로 몇 가지 소개하면, 첫째, 개인적, 사회적 수준에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우선순위와 능력에서 서로간의 차이를 잘 트레이드 오프한다. 셋째,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한다. 넷째, 상대가 가지고 있는 규범과 그 근저에 깔려 있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다섯째, 상대방의 사회제도의 근본적인 정당성에 관한 논쟁을 피해야 한다. 다섯째, 상대국의 관료적인 접촉에 대비해야 한다.(Thompson, 2005 : 433) 끝으로, 상대국과의 문화 상이점 파악, 협상과정과 상관관계를 이루는 문화 요인 등을 사전에 숙지할 필요가 있다.
3. 이문화간 협상의 애로점
이문화간 협상은 파이 늘리기나, 나누기, 신성시하는 가치 및 자민족 중심주의 성향 등으로 인하여 애로가 발생한다.
가. 파이 늘리기
이문화권과 협상할 때 파이 늘리기(협동)는 쉽지 않다.(Thompson, 2005 ; 김성환, 김중근, 홍석우역, 2006 : 420) 예컨대 동일문화권 협상과 이문화권 협상에 대한 연구(Brett, 2001; 김성환 외)는 일본과 미국의 협상은 동일문화권 협사에 비해 파이 늘리기를 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문화권과의 협상에서는 협상자의 스타일이 다르므로 상대방의 우선순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그만큼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나. 파이나누기
파이 나누기(경쟁)는 경쟁적 측면이 강하며, 공정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문화권과 비교할 때 미국인들은 자기이익을 요구하는 데 쑥스러워 하지 않으며, 더 높은 기대치를 가진다.
그러한 기대치는 첫 번제 제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며, 그 기대치는 그가 얻을 파이의 선행지표가 된다. 실제로 상대보다 높은 기대치를 가지는 미국인들은 동양권의 협상자들 보다 더 좋은 결과에 도달한다. 집단주의 문화는 자기이익 위주가 아니기 때문이다.(Chen, Mannix & Okumura, 2003 ; 김성환 외 432)
다. 신성시 하는 가치
신성가치(sacred value)는 집단의 근본이나 문화에 깊이 심어져 있는 신념, 관습, 가설 등을 의미한다. 이는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믿음이다. 따라서 한 문화권이 신성시하는 가치를 다른 문화권이 그렇게 여기지 않을 때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라. 자민족 중심주의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는 자기집단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다.(Le Vine & Campbell, 1972) 사람들은 자기집단 성원을 편향을 가지고 높이 평가하며, 자신에게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자기집단 성원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하려고 한다.(Doise, 1978 ; 김성환 외 : 427)
제2절 한국인의 문화심리 특성
1. 문화 심리적 접근
현실 사회문제에 대한 문화 심리적 접근은 특정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차별적인 문화심리가 존재하며, 사회현상은 이러한 문화적 특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을 취한다.(정성호, 1991 : 708) 같은 맥락에서 상호 이해관계를 다루는 국내외적 협상문제에 있어서도 특정국가나 기업조직의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상호이해를 통하여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문화 심리적 접근의 주요개념은 문화, 사고방식, 행태, 성격구조 등이며, 문화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행동과학 등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을 협상연구에 접맥하여 ‘협상문화’란 관점에서 협상문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문화연구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은 주로 미시적 접근(micro-approach)을 따르지만 인류학적 접근은 주로 거시적 접근(macro-approach)방법을 취한다.(김홍석, 박명흠, 1997 : 11-13) 인류학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과 달리 개인의 인성(personality)을 연구하면서 개인을 단순한 개인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이 속한 문화적 특성과 사회구조에 특성을 두고 인간의 사회성을 가정한다.
2. 동, 서양의 문화특성
가. 동서양의 문화 격차
Leung(1981)은 국가의 문화가 집단주의인가, 개인주의인가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의 선호도가 다르고, 특정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도 다르다고 하였다. 예컨대 유럽, 북미국가 같은 개인주의 사회는 대립적 갈등해결(재판 등)을 선호하고, 아시아나 중남미 같은 집단주의 국가는 비대립적 갈등해결(합의 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나은영, 1995)
집단주의 사회가 개인주의 사회보다 대인관계를 더 중요시한다는 점을 보면 이해가 된다. 집단주의 사회가 비대립적 갈등해결을 선호하는 이유는 양당사자간의 적대감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의견이 불합치 될 때는 중재인을 내세워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중재인을 통해 체면도 잃지 않고 갈등해결 후 상대와의 적대감을 방지할 수 있다.< 표 1 > 참조)
이처럼 한국은 관계지향 협상문화가 특성이며, 관계는 협상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서양은 정보, 사실지향의 협상문화가 특성이며, 관계는 협상에서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
< 표 1 > 갈등상황의 개인주의, 집단주의 문화특성 비교
구분 |
개인주의(저 맥락) 문화 |
집단주의(고 맥락) 문화 |
강조점 |
자율성, 상대방과 다른 점 |
우리라는 동체감, 상대방과의 관계 |
우려점 |
자율성에 대한 침해 |
관계의 단절가능성 |
갈등해결 선호양상 |
직접적인 방법, 지배적, 대결적, 회피적, 해결 지향적 의사표현, 분쟁적, 경쟁적 |
간접적인 방법, 정서 지향적, 의무적 의사표현, 통합적, 타협적 |
비언어행위 |
개인적 비언어행위 직접적 감정표현 |
역할 근거적 비언어행위, 은근한 간접적 의사표현 |
나은영.(1995 : 126)
나. 한국의 문화 특성
1) 한국의 문화특성
한국문화의 특징은 강한 주체성과 생명력, 유교적인 중용주의, 자연주의적 풍수지리사상, 가족주의적 가문중심주의, 마을공동체의식 및 이에 따라 나타나는 집합주의적 특성을 들 수 있다.(김홍석, 박명흠, 1997)
첫째, 유교적 자연주의, 곧 풍수지리사상이다. 예부터 한국인은 인간생활과 사회적인 관계에서 자연적인 지세가 많은 영향을 준다고 믿어 도참사상, 음양오행, 주역 등을 생활의 원리로 믿어 왔다.
둘째, 가족주의문화(血緣)이다. 한국사회의 제도적인 특징은 철저한 가문숭상주의와 이를 가능케 한 가족중심주의문화이다. 특히 조상을 숭상하는 제례의식, 성묘, 명절 등은 유가적 전통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강화하는 기제는 가족주의 문화였다.(김홍석, 박명흠, 1997 ; 최재석, 1994; 2003) 그런데 이러한 가족중심주의로 인해 가문 간에는 평등의식이 강하여 가문과 유림이 중요한 사회적 기능집단이 되었다. 이로 인해 파당주의와 붕당정치가 지배적인 정치논리로 고착되었으며,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었다. 평등의식과가 함께 파벌은 한국사회의 주요한 특징이 된다.
셋째, 동문의식(학연)이다. 한국사회의 동창집단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유사한 ‘일차사회집단’이다. 성원간의 관계가 귀속적, 인간적인 유사혈연집단이다. 예를 들어 성공을 위해 사회적 인맥을 동원했던 신정아의 로비 정황이 한국적 '연줄 문화'에 기인한 정황이 밝혀졌다.(문화일보, 2007.9.15) 신정아는 가짜 예일 대 학력으로 큐레이터가 됐으며, 예술전시회를 찾는 정관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그때 만났다. 2002년 성곡미술관에 재취업했을 때는 캔자스 대 학벌을 이용했으며 2005년 동국대 교수 임용 시에는 끈끈한 불교 인맥으로 반발을 무마했다.
넷째, 혈연과 학연 외에 한국사회의 특징은 지연의식, 곧 집단구조로서의 마을공동체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고향을 떠난 이후에도 ‘향우회’를 결성하여 도시마을공동체를 유지한다. 특히 도시의 동향인들은 저치, 사회과정의 공동참여와 집단주의로 나타나고 이것이 지역주의나 지역감정과 관련이 되는 것이다.(김홍석, 박명흠, 1997 ; 최재석, 1994; 2003; 민문홍, 1996)
넷째, 혈연과 학연 외에 한국사회의 특징은 지연의식, 곧 집단구조로서의 마을공동체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고향을 떠난 이후에도 ‘향우회’를 결성하여 도시마을공동체를 유지한다. 특히 도시의 동향인들은 저치, 사회과정의 공동참여와 집단주의로 나타나고 이것이 지역주의나 지역감정과 관련이 되는 것이다.(김홍석, 박명흠, 1997 ; 최재석, 1994; 2003; 민문홍, 1996)
2) 한국인의 협상에 미치는 전통적 의식구조와 전통사상
(1) 전통적 의식구조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서열의식, 열등의식, 질투의식 및 상향의식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한다.(이용해, 2006)
첫째, 서열의식이다. 한국인은 예를 들어 초면의 만남의 경우 둘 사이의 존재설정을 서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반상을 따지거나 족보, 항렬을, 학벌을 따진다. 이와 같은 서열구조사회는 동류나 동렬을 기피하고, 종적인 계열을 수용코자 한다. 이 같은 종적 생리구조에서 질투성향과 투기와 모략이 심해진 것이다.(이용해, 2006 ; 최재석, 1994; 2003; 민문홍, 1996)
둘째, 열등의식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민족의 동질성에 긍지를 가져본 때가 별로 없었다. 삼국시대에는 당에, 고려에는 원에, 조선시대는 명에 열등감을, 개화기 이래는 구미문화에 열등감을 가지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자기 것을 소중하게 여기기보다는 외국 것을 좋아하고, 자기문화는 멸시한다.
셋째, 질투의식(怨念)이다. 한국인은 누군가가 어렵게 되거나 불행해지면 서로를 잘 돕지만 누군가 출세하거나 부자가 되거나, 승진이 빠르거나 하면 숨어서 욕을 하거나 흉을 본다. 누군가가 이 비 평균인간을 헐뜯으면 속으로 시원해 하는 카타르시스마저 느낀다. 그래서 술안주 중에 가장 놓은 안주는 ‘남의 험담’이라고 했다.
넷째, 상향의식 중심의 단치적 의식구조(單値的 意識構造)란 특성을 띤다. 한국인은 세상이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실질적인 가치에는 무관심하고 자기 자신의 감상적이고 환상적인 상향지향과 하향제동의 가치에만 집요하게 매달린다. 한국인은 위만 보고 뛴다. 그래서 낙상자도 많다. 이제 옆도 볼 때다.
(2) 전통사상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관련하여 협상과 관련된 협상문화 행태는 크게 장유유서(長幼有序), 유교적 권위주의 및 흑백논리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김기홍 : 193-198) 이러한 요인들이 직, 간접적으로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장유유서란 어르신 공경의 원칙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유유서가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을 서열화하여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차단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원리는 활발한 협상을 애초부터 차단시키는 요인이 된다.
둘째, 유교적 권위주의이다. 협상과 관련 권위주의는 토론과 합의보다는 지시와 복종이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며,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행위는 불경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내적 갈등 등은 외부에 드러내어 해소되어야 하나 갈등의 노출은 권위의 실추로 여기게 된다.
셋째, 중용(中庸)은 없고,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문화이다. 협상은 피차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과정, 곧 나의 견해와 상대의 견하가 합치될 수 있는 지점이나 그의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여기에서는 피아 구분이나, 흑백논리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편 가르기를 알게 모르게 강요당해 왔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흑백논리는 합리적인 협상문화를 위축시키는 암적 요소이다.
Hofstede(1995)에 의하면 한국은 큰 권력거리(28위), 집단주의(43위), 영성성향(41위), 불확실성회피 경향(16위), 장기지향성(5위)로 분석된다. 이러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은 협상에서 결정권의 권력자 집중, 암시적인 의사소통(집단주의), 대립보다 타협의 선호(여성성), 규칙의 중시(불확실성 회피) 및 장기지향으로 특성화된다. 이것은 개인주의 문화(예컨대 미국 등)와 거의 상반되는 문화적 특성들이다.
제3절 중동지역과 탈레반의 문화 특성
1. 문화 특성
Hofstede(1995)에 의하면 탈레반과 인접해 있는 파키스탄(아프간과 인접국)은 권력거리(32위), 개인주의(47위), 남성성향(25위), 불확실성회피 경향(25위), 장기지향성(23위)로 분석된다.
이러한 파키스탄의 문화적 특성은 협상에서 결정권의 권력자 집중, 암시적인 의사소통(집단주의), 규칙의 중시(불확실성 회피) 및 단기지향으로 특성화된다. 이것은 한국과 문화적으로 유사하면서도 다른 문화적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게 한다.
2. 탈레반의 문화적 성향, 정체성
탈레반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했던 1979년부터 소련이 붕괴되는 1990년까지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소련군을 궁극적으로 격퇴 시킨 군사 조직인 무자헤딘 반군과는 다른 조직으로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했던, 근본주의 이슬람을 신봉하는, 상당한 수준으로 조직된 정치 단체이다. 9.11 사태의 주모자인 알 카에다 조직과 오사마 빈 라덴을 지지하는 이들은 9.11 이후 미군 및 연합군의 공격에 의해 궤멸 되어 정권을 잃었지만 현재 약 2만에 이르는 탈레반은 게릴라 및 테러 전술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대항하고 있다.
제4절 선행연구와 분석의 틀
1. 선행연구
협상연구는 1960-1970년대의 사회심리학적 접근, 1980년대의 경영학적 접근 및 1990년대의 의사결정론으로서의 협상연구가 이루어 졌다.(Neale & Bazerman, 1991 ; Lewicki, Saunders & Minton, 1999 ; Pruitt & Carnevale, 1993 ; Thompson, 2001) 1960-70년대의 연구는 주로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협상자의 개인적 차이와 상황적 특성에 관하여 이루어졌다.(Rubin & Brown, 1975) 이어서 1980-90년대는 행위적 의사결정연구(BDR : Behavioral Decision Research)로서 수학적 분석인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주류를 이루었다.(Raiffa, 1982) 2000년대의 사회심리학적 접근은 사회적 관계, 자기중심성, 동기화된 환상, 감정 등의 사회적 요소들을 추가하여 연구되고 있으며, 특히 정보화의 진전과 세계화와 관련 문화가 협상에 미치는 연구에 관심이 높아졌다.(Thompson, 2001)
기존의 협상에 관한 연구는 기술적 연구(descriptive research), 처방적 연구(prescriptive research) 및 규범적 연구(normative research) 등 3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다. 첫째, 기술적 연구는 협상과정에서 협상당사자들이 사용한 전략과 전술에 관한 분석을 시도하고 그들의 행태변화를 협상환경과 관련시켜 기술하는 것이다. 협상에 관한 대다수의 연구는 기술적 접근을 채택한다. 기술적 접근은 현상의 객관적 기술과 설명에 비중을 두고 있다. 본 연구 또한 이러한 기술적인 접근법이다. 둘째, 처방적 연구는 협상분석가가 협상실무자에게 도움을 줄 목적으로 수행하는 연구로서 협상당사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그들의 초기 의도를 실현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둔다. 셋째, 규범적 연구는 협상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위하여 어떠한 협상과정에 따르는 것이 필요한가를 제시하는 것이다.(남기덕, 1997 : 208-209 ; 김승철 : 25-31) 즉 성공적인 협상방법이나 기술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주안점을 둔다.
2. 분석의 틀
첫째, 치킨게임(게임이론)이란 소수의 사람이 서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검토하는 經濟學理論이다. 요약하면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모두 파국으로 가는 상황을 말한다. 열차가 서로를 향하여 달리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은 탈레반의 요구조건 무시를 ‘돌진’ 전략, 인질 맞교환이나 몸값 지불을 ‘회피’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탈레반의 경우 일질살해는 ‘돌진’ 으로, 일질 석방은 ‘회피’ 이다.
게임이론은 세 가지 점을 시사한다. 1) 한국이 돌진, 탈레반 회피는 한국이 승리하는 경우이다. 2) 탈레반이 돌진하고, 한국이 회피하는 경우는 한국이 패배이다. 3) 양쪽 모두 돌진으로 인질도 살해되고, 탈레반도 섬멸된다. 이 중 한국은 두 번째 전략을 택하여 탈레반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였다. 한국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둘째, 경쟁협상이다. 경쟁협상은 협상은 타결되거나 결렬될 때까지 지속되는 일련의 제안과 대응제안으로 이루어진다.(Deutsch, 1973 ; Pruit & Carnevale, 1993) Thomas(1990)는 협상전략의 유형을 경쟁, 협력, 타협, 동조, 회피(Thomas, 1990 ; Kabanoff, 1987)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또는 개인적 접근, 지배, 친절, 통합, 타협, 회피(Rahim, 1983) 등을 들기도 한다. 여기서는 Thomas의 5유형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1) 경쟁적(competing) 전략은 협상의 가치를 최대화하려는 데 목표를 둔다. 이것은 적극적 전략으로써 상대방의 원망과 분노를 초래하는 승패상황의 경우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나 조직 등 갈등당사자들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이용한다. 경쟁은 상대방의 희생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전략이다. 2) 협력적(collaborating) 전략은 협상의 가치를 최대화함과 동시에 상대방과의 관계로써 쌍방의 관심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접근이다. 3) 타협적(compromising) 전략은 각 당사자가 다소 불만이 있으나 차선으로 상호 의 견 일치에 도달하고자 하는 접근이다. 이는 자신과 상대방이 모두 최적은 아니지만 서로 간 에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협상 쌍방이 모두 이득을 얻게 되는 쌍방승리(win-win)의 경우가 된다. 4) 순응적(accommodating) 전략은 협상자가 성과보다 관계적 성과를 더 중요시할 때 적절하다. 이러한 방식은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을 때 내일을 기약하는 전략이다. 끝으로, 회피적(avoiding) 전략은 수많은 전략적 협상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사용되며, 주로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무시함으로써 갈등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갈등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접근이다.
Ⅲ. 공공협상문화 특성과 문제점 사례 분석
제1절 협상인식과 문화적 특성
1. 협상인식
한국인의 협상문화 특성을 협상인식과 고유의 문화를 토대로 일별하면, 첫째, 한국인들은 협상은 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지한다.(이종건외, 2004 : 41 ; 황재영, 1999) 동양권의 국가들은 다수가 협상은 권력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둘째, 한국인들은 이슈보다 인간에 관심과 중점을 둔다.(황재영, 1999) 이것은 특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문제’ 자체에 국한하여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접근한다.(김기홍 : 202) 한국의 협상자 들은 관계를 중요시하지만, 때로는 직설적, 도전적이어서 다소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경우가 많다.(Tung, 1991) 특히 ‘기분’에 따르거나 감정적일 경우가 많고, 성급한 행동을 보인다.
셋째, 위기의 단계적 확대와 극단정책(brinkmanship)을 사용한다.(Snyder, 1999 ; 이종건, 2001 : 27) 한국인의 경우 의사결정과정에서 조급성과 즉흥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감정적인 요인이 협상과정에 영향을 미친다.(Tung, 1991) 한국인은 협상과정에서 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거나 자주 파국으로 치닫다가 극적으로 타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넷째, 술수나 사술이 있는 기교로 인식한다. 한국인은 협상을 인간관계에 있어서 술수나 사술로 본다. 즉 많은 이득을 내기 위한 속임수라는 것이다.
다섯째, 상호신뢰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한국인은 협상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상호신뢰가 부재한 증거라고 본다. 그래서 협상행위가 시작되면 마치 적과 전투하듯이 대하는 경우가 많다.
끝으로, 암묵적이고 은밀한 행위로 인식한다. 한국인은 협상이란 1차적인 연고관계나 동류의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타인과의 행위로 간주한다. 그래서 협상이란 암묵적이며, 가능한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행동방식으로 인식한다. 이것은 한국인의 의사소통구조가 복합적이며, 은밀하고, 간접적인 특성에서 연유한다.(황재영, 1999 : 165-169)
2. 협상문화 특성
첫째, 한국인의 협상마인드는 상당히 부정적이고 수세적이다.(이종건 : 24-29 ; 이종건외, 2004 : 40) 한국인의 협상에 대한 거부감은 협상에 대한 사전 논의나 준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면밀한 준비 없이 떠밀려서 협상에 임한다.
둘째, 한국인은 상 거래적 사고와 인간적 사고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협상마인드에 존재하는 혼재된 사고는 협상이슈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컨대 노사협상의 경우 임금이나 상여금 협상은 상 거래적 측면이 강하나 노사양측은 상거래적인 측면에서 계속적인 문제해결을 하지 못한다.
셋째, 협상대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대표가 협상이슈나 문제에 대해 정통하고,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인 경우가 대다수이나, 한국의 경우 협상 팀이나 전체를 대표할 수 사람이며, 그는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통해 협상을 주도하고자 한다.
넷째, 폐쇄적, 권위주의적 행태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은 협상과정에서 종종 폐쇄적, 고압적이어서 협상결과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것은 관료문화와 폐쇄적 권위주의에서 비롯된다.
끝으로, 문서화된 합의조건이나 약정에 관대하거나 소홀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황재영, 1999) 특히 한국인들은 협상문안이나 약정을 소홀히 여기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척하여 협상결과를 뒤집어 버리려는 행태를 보인다고 한다.
제2절 한국인 협상행태
이러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은 협상에서 결정권의 권력자 집중, 암시적인 의사소통(집단주의), 대립보다 타협의 선호(여성성), 규칙의 중시(불확실성 회피) 및 장기지향으로 특성화된다. 이것은 개인주의 문화(예컨대 미국 등)와 거의 상반되는 문화적 특성들이다. 이하에서는 한국인이 협상에 약한 이유를 자존심, 자기비하, 준비 소홀, 무 객관성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김병국, 2002: 45-57)
1. 자존심
한국인이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감정적 이유로 자존심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명분(名分)을 지나치게 중시한다. 명분이란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로서 동양적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주요한 인자이지만 실리를 생각지 않고 자존심만 중시하는 태도는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이다. 협상을 효과 있게 하려면 불필요한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자존심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어낼 때 저절로 세워진다.
2. 자기비하(유교적 겸양)
두 번째 이유는 한국인은 스스로 자신을 낮춰 상대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해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있어서 당장의 이익에 중점을 두는 현대사회에서 상대가 알아서 해 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상대에게 처분을 맡기는 것은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상대에게 이용만 당하여 원망의 이유가 된다.(김병국 : 49)
한 쪽의 힘을 무조건 인정하고 저항 없이 굴복하면 협상은 지거나 이기는 제로섬방식으로 결과 된다. 협상은 서로의 만족도를 높이는 과정임을 명심할 일이다.
3. 준비 소홀
세 번째는 준비 없이 얻으려 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인간관계를 중시하여 지나치게 과신한다. 협상 시 인간관계는 물론 중요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은 상대를 안다는 것만으로 그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다.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대에게 무엇을 얻을 것인지, 무엇을 양보해도 좋을 것인지에 대한 사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협상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그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 협상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면 대다수가 분비부족, 또는 잘못된 준비 때문이었다.
4. 무 객관성(비과학적, 감성중시)
한국인들은 상당수가 자신이 만든 규범과 원칙의 틀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내용의 상당부분이 감정적이거나 개인의 부분적 경험에 의한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協商에 장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주관적인 규범이나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경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협상을 이끌기 어렵다. 논리적인 협상은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상대를 설득시키고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렵다.
한국인은 일방적인 가치관을 강요당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정당한 주장을 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기존의 가치관, 편견 등 협상의 장애요인을 거둬 내고 객관적인 논리성과 합리성에 기초하여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제3절 公共協商의 文化特性과 問題點
1. 공공 인질협상 문제점 분석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외교 역량을 총동원 해 해결하였으나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 예컨대 탈레반의 절묘한 강ㆍ온 전술과 현란한 선전전에 끌려 다녔거나 협상력과 협상전략 부재 등의 취약점들을 노정시켰다.
첫째, 한때 집권 세력이었던 탈레반의 전략ㆍ전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전문가 부재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탈레반을 잘 알고 정교하게 대응했더라면 조기 석방과 인명 피해 방지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한국일보, 2007.8.30) 정부가 아프간 당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테러조직과 직접 협상할 수 없다는 명분과 동맹국인 미국이 벌이고 있는 대테러 전쟁에 대한 공동보조를 무시할 수 없는 탓에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중간에 내세우는 간접 협상을 고집해 왔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실제로 탈레반 측은 25일 배형규 목사 살해 직전 “협상 실패”를 선언했지만 “탈레반이 인질 8명 석방을 약속했다”는 아프간 정부 측의 말을 믿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탈레반 측은 “아프간 정부가 협상에 미온적”이라며 인질의 추가 살해를 위협했지만,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통해) 무장단체 측과 직·간접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으며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반복 하므로서 정보부재 문제를 나타냈다.
둘째, 사건 초기 협상을 위해 전면에 내세웠던 아프간 중앙ㆍ주 정부의 협상력과 교섭 기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대립 양상 등에 대해 우리 측의 판단 미스가 있었다. 단적인 예로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가 탈레반 측과 협상 시한 이틀 연장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30일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대표단의 협상 자세에 불만을 품고 심성민을 살해했다. 간접 협상을 하더라도 협상 과정과 정보 등 상황을 장악ㆍ통제했어야 할 우리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너무 기댔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수차례의 나이지리아 납치 사건에서 협상에 현지 정부나 주정부를 내세워 성공을 거뒀던 경험을 살려 이 같이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셋째, 사건 초기 탈레반이 인질 전원 살해 위협을 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연내 철군 계획이 잡혀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협상카드를 성급하게 일찍 소진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의 철군 카드 사용은 당시 탈레반 측과 접촉도 제대로 되지 않는 정보 부재 상황에서 상대의 블러핑(허세 놓기)에 '킹 카드를 버린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정보 혼선을 야기하는 탈레반 측 전략에 우리 정부가 우왕좌왕하던 모습이 여러 차례 드러났으며 탈레반 측의 선전전에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
넷째, 한국 정부가 군사 작전을 사건 초기부터 완전 배제했던 부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이다. 압박카드를 너무 쉽게 던지고 소극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협상 내내 탈레반 측에 끌려 다녔다. 반면 군사 작전 배제는 탈레반의 신뢰를 얻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넷째, 테러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인 인질 살해가 잇따르고 해결 전망이 암울했던 시기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대테러 대응 매뉴얼을 수차례 만들면 뭐하나"고 푸념했을 정도다. 이번 사건은 우리 대테러 외교 및 대응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끝으로, 탈레반이 2007년 8월 한국 측과 대면협상에서 `제 3의' 인질 석방 조건, 즉 `이면합의' 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측과 합의한 인질 전원석방 조건으로 그간 공개된 두 가지 외에 다른 여러 조건이 있었다" 고 말했다.(연합뉴스,2007.9.15)
그간 양 측은 1) 연내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 전원 철수 2) 기독교 선교단체 아프가니스탄 입국 금지 등 두 가지만이 인질 석방 조건의 전부라고 대외에 공표했었다. 탈레반의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 외에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근래 보도는 1000만불(한화 약 920억원)을 인질의 몸값으로 지불했다고 한다.(연합뉴스, 20207.10.14)
2. 탈레반 협상사례 : 치킨게임 사례분석
치킨게임(게임이론)이란 소수의 사람이 서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검토하는 經濟學理論이다. 요약하면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모두 파국으로 가는 상황을 말한다. 열차가 서로를 향하여 달리는 형국이다. 이번 탈레반 인질협상을 치킨게임으로 분석하면 다음 < 표 2 >와 같다.(조선일보, 2007.9.8, B1)
< 표 2 > 탈레반 인질협상
국가별 전략 |
한 국 | ||
突進 |
回避 | ||
탈레반 |
突進 |
인질구축작전, 인질, 탈레반 대거 사망가능성 |
한국정부가 직접 협상, 완전 철군 등 탈레반 요구사항 수용(한국 敗, 탈레반 勝) |
回避 |
대가없이 인질구출(한국 勝, 탈레반 敗) |
가능성 없음 |
이번 사태에서 한국은 탈레반의 요구조건 무시를 ‘돌진’ 전략, 인질 맞교환이나 몸값 지불을 ‘회피’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탈레반의 경우 일질살해는 ‘돌진’으로, 일질 석방은 ‘회피’이다.
게임이론은 세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한국이 돌진, 탈레반 회피는 한국이 승리하는 경우이다. 둘째, 탈레반이 돌진하고, 한국이 회피하는 경우는 한국이 패배이다. 셋째, 양쪽 모두 돌진으로 인질도 살해되고, 탈레반도 섬멸된다. 이 중 한국은 두 번째 전략을 택하여 탈레반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였다. 한국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3. 三無 協商의 問題點
2007년 7월 19일 탈레반 무장 세력에 피랍되어 40 여일 만에 석방된 ‘샘물교회’ 교인 19명 구출 협상과정을 보면 한국의 협상전략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三無協商’ 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예시한다.(매일경제, 2007.9.3)
첫째, 적절한 대응지침 부재의 無原則 協商이다.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한 원인은 빈번한 피립사태에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지침이나 전문가가 불비했기 때문이다. 대테러 관련 법규는 대통령 훈령 제47조 ‘국가 대테러활동지침’ 뿐이다.
2007년 현재 외국의 신규 수주의 대부분이 중동과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고, 그들 물량 중 85%가 이들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뉴스위크 한국판, 2007.8.8) 따라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둘째, 협상이 수준이 최고수준의 직위자 들로부터 만나 협상에 임하는 거꾸로 되어 있는 無戰略 協商이다. 탈레반의 인질살해 위협에 노무현대통령, 백종천 대통령 특사,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총출동하고, 김만복 국정원장과 비밀요원까지 협상에 나서는 실수를 저질렀다.
셋째, 협상 상대방의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하여 무지한 無知識 協商 등이 그것들이다. 인질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아랍어교수를 현지에 급파하여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아프간에서는 아랍어가 통용되지 않고 파슈툰어와 다리어가 쓰인다는 사실을 몰라 다른 현지전문가를 찾느라 허둥대고, 탈레반이 테러단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아프간 정부를 통하거나 대면협상을 통해 요구조건을 관철시키는 데만 집중했다. 이상의 문제점을 < 표 3 > 에 정리한다.
< 표 3 > 탈레반 피랍협상 문제점
테러대응 원칙부재 |
전문가 부재 |
탈레반과 공개대면협상 |
철군발표와 구출작전배제 |
- 대통령 특사, 국정원장, 외교장관 등 무원칙 행동 |
- 탈레반에 대한 이해, 정보부족으로 초기협상 실패 |
- 국제사회 비판초래, 한국인 납치 재발가능성 상존 |
- 강온 양면전략 포기한 전략 부재 |
출처 : 매일경제, 2007.9.3.
넷째, 정보부재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현지에 밝은 정보원과 기타 현지인들을 직접 고용 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한다.(신동아, 2007.9 : 327)
끝으로, 이와 같은 삼무협상은 한국인의 협상행태에 미치는 전통적 의식구조(전통사상)에 기인하는 점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확인된다. 예컨대, 장유유서(무전략), 권위주의, 흑백논리 등이 그것 들이다. 이러한 행태들은 공공이나 민간협상에서도 공통으로 확인되고 있다.
Ⅳ. 공공협상전략 발전방향
21세기 지식정보시대의 가치체계는 합리성, 공정성, 합법성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국민문화 형성의 토대위에 명분보다 실리의 중시, 객관적 분석과 접근, 치밀한 정보수집과 분석 및 상대 문화의 이해 등에 기반 한 협상전략 개발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재외 한국인들의 안전에 대해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사건은 40여일 만에 해결됐지만, 소말리아에서 납치 된 후 70일 이상 억류 당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현재도 4명이나 있으며, 9.11 당시 세계무역 센터에서 희생당한 한국인도 18명에 이른다. 중국의 화물선에 받쳐 목숨을 잃은 골든 로즈 호 선원들의 시체 인양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동지역의 김선일 사건 이후 보다 철저한 정부의 자국민 보호 대책이 없었다는 사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0대 경제국가인 한국은 세계 도처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위험지역에 대한 철저한 정보와 대책을 확보해야 하며 정부는 위험한 지역에 무방비 상태의 한국 국민이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협상전략의 발전 방향을 원칙협상, 전략협상, 정보협상 능력의 제고방향을 중심으로 몇 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우선적으로 삼무협상을 삼유협상전략으로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첫째,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는 내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원칙협상을 중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감정주의가 극복되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감정이 풍부하여 매사에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정서적인 것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명분(名分)에 포로되어 내세우는 불필요한 자존심을 지혜롭게 눌러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전략협상이다. 전략협상을 위해서는 면밀한 계획과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성격이 급하여 '기분'에 좌우되는 즉흥적 협상에 머물고 있어 이와 같은 조급성이 극복되어야 한다. 협상이나 거래는 냉철한 자세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철저하게 계산되고 준비된 계획서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거래는 냉정하게 따지면서 이해득실 계산을 잘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인식해야 한다. 협상이나 거래는 과감성과 대범성보다 세심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빈틈없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한국의 협상력 문제의 하나로 정보기록과 정보의 부재가 중요한 미비점이다. 한국인들은 기록을 잘 안 해 축적된 정보가 부족하다. 기록하지 않으니 전수해 줄 것도 없다. 중국인들은 기록은 잘하나 전수하지 않고, 일본인들은 기록광일 뿐만 아니라 전수까지 잘한다. 협상 상대의 특징, 음식점이나 매장 등등의 정보도 메모했다가 후임자에게 전수한다. 따라서 협상당국이나 상대방에 대한 풍부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토대로 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수집, 분석과 관련하여 협상전문가가 제도적으로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상대방이나 국가에 대한 관습, 신성시하는 가치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지역전문가가 제도적으로 양성하여야겠다.
넷째, 명분과 흑백논리의 극복이다.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일견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비합리적이면서도, 완고한 고집이 될 수도 있다. 표면적인 입장에 집착함으로써 협상의 기본원칙과 어긋나게 되고, 그러면 체면에 자존심을 걸어 협상이고 뭐고 자기입장만 고수하려 하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다.
전통문화나 심리구조는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겠으나 협상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 구축은 절실한 과제이기에 바람직하기는 역사적 관점에서 권위적, 장유유서적인 문화를 지식정보사회의 흐름에 맞게 권위구조 및 기분주의 등을 걷어내고 영합게임(zero-sum game)이 아닌 쌍방승리(win-win game)를 지향할 수 있는 합리성과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협상문화풍토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