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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피맛골'장소 마케팅

현곡 이종수 2009. 7. 8. 14:50

이 글은 2009년 7월 7일 세계일보 칼럼임.

 

鐘路 ‘피맛골(避馬洞)’ 場所 마케팅

 

이종수(중앙대)

 

우리나라는 문화 선진국이라고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들은 매우 취약하다. 무자비하게 파헤쳐지는 종로 ‘피맛골’이 한 예다. 피맛골 정비사업은 예전의 골목길을 현대적인 시설로 질서 있게 배치하는 도시디자인이지만 이는 결국 피맛골에 대한 ‘역사, 문화적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폐해를 내재한다. 도시디자인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핵심은 “도심 속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그것을 즐기고, 얼마나 특별한 것으로 인정하느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문화국들은 특정지역을 개발함에 있어 지구보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구비한다.

외국의 구(舊)도시 보호사례로 자본과의 갈등에서 문화적 보존지역이 된 이탈리아나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의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는 장소진정성(authenticity), 곧 장소의 분위기(identity)와 정신(spirit)을 보전하여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상당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장소의 정체성(identity)과 애착(attachment)을 마케팅한다. 일본은 100년 이상의 고도(古都) 도쿄의 옛 골목을 복원, 일본인들에게 탐방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쿄도(東京都)의 2개 자치구인 토시마구(豊島區)와 신쥬쿠구(新宿區)의 경우 각각 ‘어메니티 형성조례’와 ‘경관어드바이즈제도’, ‘도시매력만들기 방침’ 등을 조례로 규정한다.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川越市)는 에도시대의 건축물과 전통문화 보전을 위하여 1970년대 민간부문이 앞장서 전통경관 보존에 나서 토지이용규제와 조례를 제정하고, 3층 이상 건축물의 신개축을 금지하여 전통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그 결과 연간 400만 여명에 달하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프랑스는 건물, 거리, 광장, 구역 등을 법률에 명시하고 보존을 위한 재정지원은 세금면제부터 기금지원 등 다양하다.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가의 마요르 광장(Plaza Mayor) 주변은 피맛골처럼 수 백년된 건물에 몇 대씩 이어져 내려오는 레스토랑과 가게가 즐비하다. 문화선진국들은 이처럼 법규, 지방조례, 다양한 재원 등을 통하여 전통의 원형을 보존한다.

현대인들의 이문화 체험 욕구는 살거리(buy street) 뿐만이 아니라 색다른 볼거리(feel street), 먹거리를 희구한다. “도시는 뒷골목이 있어 아름답다”는 말처럼 고도를 관광상품화하여 이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것은 문화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서민의 ‘피맛골’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할 필요성은 곧, 도시 ‘장소로서의 분위기’의 중요성으로서 체험적 측면의 장소성 형성에 있다. 특정장소에 내재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 내외 방문객들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장소’를 보존하는 것이다. ‘피맛골의 장소 정체성과 진정성을 대표적 서민음식인 빈대떡과 막걸리, 족발, 선지국, 설렁탕, 낙지볶음 등에 대한 다양한 먹거리, 체험거리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피맛골 정서’를 문화 상품화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외지인과 시민이 즐기고, 다시 찾는’ 피맛골 특성보존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