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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음식문화 이야기

현곡 이종수 2010. 7. 21. 16:19

 

일본의 음식문화 이야기

 

이 종 수 (한국행정학회 이사, Ph.D.)

 

이 글은 우리의 이웃인 일본의 음식문화를 개관하고, 일본음식의 특성과 장점, 세계인들로부터 주목받는 이유 등을 살펴 보고, 일본 식(食)문화에 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일본 음식문화의 역사적 특성과 식습관 등을 밝히고 나서 일본음식문화의 주요 시사점으로 문화스토리, 음식 개발열정, 국내 경쟁력을 토대로 한 국제 경쟁력확보 특성 등의 순으로 살펴 보게 될 것이다.

일본은 홋카이도에서 큐우슈우에 이르기까지 남북으로 가늘고 길게 대륙에 접해 있어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도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타 지역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이누, 만주조선인, 진정몽고인, 말라이 몽고인 등 비교적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민족으로 인해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일본화 시키고 발전시키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내륙의 복잡한 지형과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환경은 여러 동·식물의 번식 뿐만 아니라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여 다양한 식재료를 제공해 주며, 특히 생선요리가 발달했다. 난대에서 아한대에 이르는 다양한 기후 분포, 같은 식재료라고 하여도 발효로부터 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공 및 저장을 가능하게 하는 조리법이 발달하였다.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와 대체로 온난 다습한 기후는 계절감을 중요시하며, 담백한 맛을 특징으로 하는 일본요리를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일본 음식은 중국과 우리나라 음식의 영향을 받아 유사한 점이 많이 있으나, 그 속에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를 발전시켰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 때 조화를 중요시하는데, 이것은 그들의 다양한 조리법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음식과 그 음식을 담는 그릇과의 조화 또한 중요시 여겨 요리 자체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일본도 한국과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야채와 해조를 많이 사용한다. 일본의 음식 문화가 우리나라나 중국의 것과 뚜렷하게 다른 점은, 일본에서는 육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공개적으로 동물의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메이지(明治) 연대에 이르러서이다.

그러나 일본은 육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대신 콩 소비 중심의 독특한 식생활 문화가 정착되었다. 일본 된장(미소), 낫도, 왜간장(소유), 두부 등이 그것이다. 일본 식탁의 메뉴는 재료와 조리법이 서로 다른 것들로 구성되는데, 즉 맑은 국(스이모노), 날것(나마모노), 구이(야끼모노)에 이어 조림(니모노)이 덧붙여져 일즙삼채(一汁三菜)가 된다. 이는 메뉴를 짤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다.

식기는 기본적으로 1인분 씩 따로 쓰며 요리의 내용이나 계절에 따라 조화시킴으로써 요리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다. 현대 일본 요리는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전통 요리의 조리법과 외국 문화와의 교류로 들여온 여러 외국 음식의 조리법을 병용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조리법을 창조하고 있다.

 

□ 일본음식문화의 특징

 

일본요리는 ‘보면서 즐기는’ 요리라는 특성을 띤다. 음식문화의 일반적인 특징은 눈과 입으로 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시각적인 면을 중요시한다. 음식의 종류나 계절에 따라 도자기, 칠기, 죽제품, 유리제품 등을 조화시킴으로써 음식의 공간적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다. 또한 그릇과 음식의 균형에 유의하여 큰 그릇에 너무 조금 담거나 작은 그릇에 소복이 담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그릇끼리의 색채와 모양을 고려하여 빨강과 파랑, 흰색과 검은색 등을 배색한다.

  일본에서는 육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대신 콩 소비 중심의 독특한 식생활 문화가 정착하였다. 일본의 음식문화는 생선과 채소를 주로 쓰면서 발전해왔는데, 일본 음식문화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주식과 부식이 나누어져 있고, 주식으로 쌀밥을 먹는다. ② 콩(대두)제품인 두부, 유부,미소, 간장, 낫토 등을 많이 활용한다. ③ 계절적인 요리를 매우 중요시한다. ④ 재료의 자연 그대로의 형태와 맛을 살려서 조리한다. ⑤ 조미료를 진하게 쓰지 않는다. ⑥ 식기는 기본적으로 1인분씩 따로 쓰고 소식을 한다. ⑦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만 사용한다. ⑧ 메뉴를 짤 때 조리법을 먼저 정하고, 재료나 세부적인 내용을 결정한다. ⑨ 상차림은 조리법이 서로 다른 음식으로 구성된다 : 맑은 국, 날것, 구이, 조림으로 이루어진 일즙삼채(一汁三菜)가 일반적인 상차림이다. ⑩ 음식을 담는 그릇이 음식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국 종류는 뚜껑이 있는 칠기, 날것은 깊이가 있는 접시, 구이는 넓은 접시, 찜 종류는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는다.

일본음식의 양식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① 쇼우진(精進) 요리 : 콩, 채소, 해조류를 위주로 만든 요리로 사찰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② 혼젠(本膳) 요리 : 향응 형식인 일본의 정통정식이라 할 수 있다. ③ 카이세키(懷石) 요리 : 다도(茶道) 행사시 먹는 요리 형식이며 차카이세키(茶懷石)라고도 한다. ④ 카이세키(會席) 요리 : 복잡한 혼젠 요리를 연회용으로 간략화 한 것으로 요즈음 코스로 나오는 일본 정식은 대부분 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 ⑤ 후차(普茶) 요리 : 기름과 갈분을 많이 쓴 중국식 채식 요리이다. ⑥ 싯포쿠(卓袱) 요리 : 일본화된 중국식 요리이다. ⑦ 향토음식 : 지방의 특산물로 다양한 향토 음식을 만들고 있다. ⑧ 행사음식 : 설날, 춘분, 추분, 어린이날, 칠월칠석, 추석, 동지, 섣달그믐, 출산, 회갑, 희수, 미수, 장례 등에 각각 특색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 각 지역별 특징과 특산 음식

 

지역별 음식의 특징을 보면 일본은 현재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본의 전통음식과 외국문화와의 교류로 들여온 외국음식의 조리법을 함께 사용한다. 지금은 교통수단의 발달과 요리기술의 교류로 그 지역적인 특성이 적어졌지만, 일본음식은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관동지방 음식과 관서지방 음식으로 나누어진다(< 표 1 > 참조). 첫째, 관동지방 음식은 에도요리(지금의 도쿄)라고 한다. 설탕과 진한 간장을 써서 음식의 맛을 진하게 낸다. 따라서 관동지방의 조림은 짭짤하고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거의 국물이 없다. 생선초밥, 덴뿌라, 민물장어, 메밀국수가 대표적인 음식이다. 둘째, 관서지방 음식은 전통적인 일본요리가 발달한 곳으로 교토의 담백한 채소나 건어물요리와, 오사카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생선요리가 주종을 이룬다. 맛깔 나는 음식으로 우리나라에서 전라도 음식을 꼽듯이 일본에서는 관서지방의 음식이 유명하다. 음식의 맛은 연하면서 국물이 많고, 재료의 색과 형태를 최대한 살리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음식은 여러 가지를 혼합해서 요리하기 보다는 재료 하나 하나의 특색을 살려 조리하므로 익히기 보다는 썰기를 요리의 기본으로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은 스시(초밥), 사시미(회), 야까모노(구이), 돈부리(덮밥), 우동, 소바(메밀국수), 미소시루(된장국), 아게모노(튀김), 나베모노(냄비요리), 니모노(조림), 무시모노(찜) 등이 꼽힌다.

< 표 1 > 일본의 관동, 관서지방요리 특징 비교

지 역

특 징

음 식

관 동

- 에도(도쿄) 중심으로 발달

-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 맛이 진하고, 달고 짭짤하여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고, 국물이 없음.

-초밥, 덴뿌라, 민물장어, 메밀국수

- 노리마끼(김초밥),

- 니기리스시(주먹초밥)

관 서

- 교토 중심으로 발달

- 역사의 중심지, 귀족문화 발달

- 바다가 가까운 오사카 중심

- 맛은 연하고 부드러우며 국물이 많고, 재료 자체의 맛과 색, 형태를 최대한 살려 조리함.

- 교토의 담백한 채소요리, 건어물요리, 오사카의 실용적 생선요리 등

- 초밥이 유명함.

 

 

지역요리의 중심은 해산물로서 생선, 해삼, 게, 새우, 전복, 굴, 성게, 조개류 등이다. 얇게 썬 쇠고기를 야채, 두부 등과 끓인 샤부 샤부, 스키 야키 등으로 식욕을 돋구는 웰빙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에는 작은 마을에도 메이부쓰(名物)라는 유명 특산품이나 요리가 있다. 주요 지역별로 소개하면, 최북단에 있는 홋가이도는 4계절 생선이 풍부하며, 특히 연어와 청어가 유명하다. 아키타는 쌀과 닭고기가 유명하며, 이와테와 미야기, 도쿄(東京, 에도) 등도 각각 특성이 다르다. 교토(京都)는 가이세키요리와 선진요리의 중심이다. 오사카, 히로시마는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의 생산지이며, 규슈는 에도시대 해외 무역이 허용된 항구였다. 그래서 포르투갈, 네델란드, 중국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음식문화가 남아 있다. 오끼나와는 지리적 문화적으로 도쿄보다 타이베이에 가깝다. 오끼나와 주민들은 특히 돼지족(족발)을 즐겨 먹고, 그것이 장수식품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오끼나와 주민은 장수하는 이가 많다.

 

□ 음식재료와 식사예절

 

일본은 섬나라로 신선한 생선이 풍부하고 사계절이 뚜렷하여 계절에 따른 다양한 농산물을 음식재료로 쓴다. 일본의 음식은 중국과 한국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일본의 풍토와 산물 등에 부합시키면서 자국의 자연으로부터 얻은 식품에 고유의 맛과 멋을 곁들인 요리법을 이용하고 담을 때 그릇과 색상의 조화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눈으로 보면서 즐기는’ 요리들이다.

개체 단위로 먹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 음식을 먹음으로써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음식물을 입에 넣는 방법, 식탁과 식기, 식탁의 경우 자리에 앉는 순서, 음식의 상차림과 먹는 순서, 손님 접대 방법 및 식사에 관한 금기사항 등이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모두 다르다. 인간의 식생활은 자신이 살고 있는 자연 속에서 얻은 식품, 사회적, 종교적 규범, 그리고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각 국가마다 음식문화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본은 1인용 상인 ‘젠’에 차리는 게 기본이다. 음식먹는 소리를 내지 않으며, 젓가락으로만 먹는다. 밥, 국, 조림 그릇의 순으로 뚜껑을 열고 식사 전에 반드시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하고 젓가락을 든다. 일본의 음식도구는 요리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카레라이스 등을 제외하고는 숟가락을 쓰지 않는다. 식사 시는 밥, 국그릇을 손에 들고 젓가락으로 식사한다. 식사도구의 발달이 식사의 양태와 예절과 관계됨을 보여 주고 있다. 후식은 생과자나 차를 주로 먹거나 마신다.

 

□ 음식이야기(문화)를 파는 나라

 

일본의 가이세키요리 전문가 효시씨는 “음식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한식은 콘텐츠는 훌륭한데 음식에 담겨 있는 스토리전달이 부족하다. 예를 들면 가이세키 요리를 건넬 때는 항상 요리마다 가지고 있는 효능이나 유래를 일일이 곁들여 설명한다”고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조선일보, 2009.8.7). 따라서 먼저 대형호텔과 관광지 음식점, 2차적으로 점주나 가이더(Guider)들에 대한 환대(hospitality)와 스토리텔링 교육, 즉 음식의 효능과 유래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작업이 요구됨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한다. '미슐랭(Michelin) 가이드'는 한국에서는 미쉐린으로 알려진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이 1900년 창간했다. 1920년부터는 별 3개를 만점으로 등급을 표시해왔다. 별 하나는 '그 분야에서 특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별 둘은 '먼 거리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곳', 별 셋은 '그 가게를 찾아가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는 탁월한 곳'이다. 놀라운 사실은, 2008년판 미슐랭 가이드에 최고 등급인 '별 셋'에 해당하는 요리점을 일본 도쿄가 8곳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슐랭의 별 셋을 획득한 레스토랑은 현재 전 세계에서 64곳이다. 도쿄는 프랑스를 제치고 미식의 도시가 됐다. 미슐랭 가이드의 총책임자(장류크 나레)는 "도쿄는 세계에서 빛나는 미식(美食)의 도시"라고 극찬했다.

한편 일본은 음식에 문화(이야기와 분위기 등)를 입혀서 파는 국가이다. 미식가의 천국인 파리는 레스토랑이 1만 3000개, 반면 도쿄는 16만 개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본인들이 음식산업에 열광하는 정도를 보여준다. 일본 TV방송의 약 1/3은 ‘음식’을 주제로 방송을 하며, 단순한 요리 쇼에서부터 유명인사의 눈을 가리고 음식 맛 알아맞히는 게임까지 가지각색이다. 일본의 유명한 비평가인 요코카와는 “방송의 끊임없는 음식에 대한 조명이 평범한 음식점들에게까지 경쟁하는 분위기를 심어준다”고 말한다. 일본은 이런 국민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국가와 기업이 정책적, 산업적 측면에서 고부가가치의 외식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맛’으로 파는 개념이 아니다. 식기, 술, 다도, 꽃꽂이, 가부키 등 일본 문화를 곁들여 ‘문화의 옷을 입힌 음식 전략’으로 세계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그 결과 국가적 이미지 제고와 함께 ‘일식=고급 음식’으로 차별화 할 수 있었다. 오늘날 서구인들이 ‘일식’하면 비싼 음식으로 인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은 근래 들어서야 한식의 문화적 중요성과 그 전파 홍보를 위한 스토리개발 및 음식문화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 일본 음식문화의 시사점

 

이상으로 일본음식문화의 탄생과 특색, 음식문화화(음식이야기) 등에서 드러나는 주요 시사점을 두 가지 관점으로 좁혀 살펴 보기로 한다. 첫째, 국제화 전략 측면이다. 일본의 외무성과 농림수산성은 2006년 10월 시작된 ‘일본의 좋은 음식을 맛보세요' 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음식마케팅’ 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일본 재외공관을 전진기지로 활용, 현지 상류층을 공략하는 일식전파 전략이다. 이것은 자국음식에 대한 신뢰가 바탕을 이룬다. 일본은 대사관마다 일본 본토의 유명요리학원에서 공부한 전문 요리사를 파견한다. 이들은 외국 대사나 손님들에게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내어놓기도 하지만, 대사관저가 있는 그 나라의 고유 음식을 연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음식과 결합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둘째, 식 스토리텔링(food storytelling)이다. 일본은 음식에 문화를 입혀서 판다. 외국의 무명음식점이라 할지라도 들어가고 머물고, 나올 때까지 철저하게 일본의 분위기와 맛, 정성, 음식이야기를 서비스한다. 영국의 음식비평가 앤두르 새번(중앙일보, 2009.1.29)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1) 세계적 음식비평가와 요리사 초청 행사 2) 한식과 인테리어, 그릇 등에 얽힌 음식스토리를 개발하고 입혀 강한 캐릭터를 심어야 한식에 매혹된다고 하였다. 한식은 지역마다 독특한 음식이 있고, 양념과 맛내기 비결이 다르다. 예컨대 ‘안동 스타일 산적 요리, 전주 비빔밥, 무안 갈비’ 등 등의 코스요리를 만들고, 그 음식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이는 게 중요하다. 현실적 접근은 국제적 TV 프로그램에 재미있는 요리오락 프로그램(요리 쇼)을 영어로 만들어 방영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중앙일보, 2009.1.30).

최근 전라남도 순창군은 ‘조선왕조실록’ 에 실려 있는 ‘122세 조씨 할머니 장수비법’을 스토리텔링화 하는 음식스토리를 발표했다(전라일보, 2010.1.16). 스토리는 조선시대 중종 임금이 몸이 자주 아파서 양로연(養老宴)을 베풀어 장수비법을 찾던 중 순창에 사는 마유량의 처 조씨가 122세란 보고를 받고 신하를 순창에 보냈다. 관찰 결과 그 노파는 1) 기침(起寢)한 후 첫 번째 하는 일은 물을 마시는 것 2) 육종(암)을 앓았는데 탕, 고추장, 무장아찌, 호박무침 등을 먹어 치유하고, 3) 가족들의 문안 인사에 화답하는 웃음, 곧 효(孝)였다. 그래서 ‘건강장수고을’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 이처럼 장소 이야기, 장소와 음식 유래, 일화, 식재료, 효능 등을 스토리텔링화 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사례로 “홍길동 식당은 1948년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정신으로 3대째 가업으로 이어 오고 있습니다”, “우리가게는 청수농원(유기농원)에서 생산된 야채와 엄선된 식자재, 감식초 만을 사용하여 정성으로 만듭니다” 등과 같이 남다른 경험(자신만의 길과 노하우)에 의한 스토리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명품에는 생산과정이나 생산자 또는 고객서비스와 관련된 남다른 스토리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전통음식 스토리텔링 상품화 방안으로서의 음식스토리텔링 소재를 음식자체와 장소 이야기, 음식 우화, 음식의 효용이나 효능, 음식의 유래, 조리법 등을 내용으로, ‘피맛골 설렁탕’의 스토리텔링을 시험적으로 제안하면, “이 설렁탕은 예전 피맛골에서 백성들이 즐겼던 음식으로 식기는 이천 산 도자기에 담았으며, 식재료는 안성의 한우와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산 이슬과 함께 자란 천연의 무 등의 재료로 요리되었습니다. 소금은 전라도 천일염이며, 대파는 경북산으로 향기가 일품입니다. 가마솥은 100년 전 조선시대 무쇠 솥이며, 장작은 강원도 대관령에서 자란 30년 이상의 소나무로서 송진(松津) 향기가 설렁탕 맛을 돋구며, ‘피맛골 설렁탕’은 보신과 강정(强精), 숙취 해소에 효과가 큽니다” 등의 스토리텔링으로 개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유도한다.

한국음식 자체로는 이미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한국 음식의 확산을 위해 우리 음식문화를 세계적으로 마케팅 하는 것이 핵심적 과제가 되었다. 우리가 세계최고의 음식을 지향하는 일본 음식문화의 세계화 전략에서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은 전통의 맛 개발과 경쟁, 끊임없는 연구, 타국 음식의 자기(퓨전)화, 식(食)스토리의 문화화와 고급화, 정부지원 정책의 제도화 등이다. 일본의 웰빙과 장수 국가 이미지, ‘해산물 중심 고급 이미지’ 및 특히 음식개발에 대한 그들의 열망과 도전, 장인(匠人)정신을 여하히 소화할 것인가 등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가 될 것이며, 그 단초를 한식 전통의 현대화와 스토리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전주 유명비빔밥 식당 주인의 장인정신 이야기를 예시하고 마무리한다. “전주비빔밥은 전주의 얼굴이다. 외지인들이 어떤 일로 전주에 왔건 돌아갈 때의 기분은 먹어 본 전주비빔밥의 맛에 좌우된다. 그러므로 본인은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그 동안 익힌 솜씨를 바탕으로 비빔밥의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