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10.10.15일 한국정책학회 발제문임. 무단인용을 금함.
국가간 협상문화 사례분석
- 한국과 탈레반 협상을 중심으로 -
이 종 수(중앙대, Ph.D)
< 요약문 > 본 연구는 국제화 시대 국가간 이문화적 협상심리특성과 협상사례 분석을 통하여 시사점을 도출하고, 공, 사단체 임직원 등 협상인의 협상마인드 제고와 협상자세, 전략 등 교육훈련을 위한 기초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협상은 경영이나 정치 행정에 있어서 중요한 경쟁요인이며, 효과적인 협상전술은 경영자나 리더, 관리자에게 더욱 중요하다. 특히 국내, 외 시장에서의 M&A, FTA, 정부간 갈등, 노사문제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해결을 위해 협상력 제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공, 사기관 담당자들의 협상행태는 대단히 고압적, 권위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실태를 심리적, 문화적 관점에서 이슬람문화와 비교적으로 분석하고 국가 간 갈등의 쟁점과 해소과정 및 결과를 중심으로 한 치킨게임 갈등분석과 해결과정을 제시하고 주요 시사점과 성공적 협상과제를 예시적으로 제시하였다. |
Ⅰ. 서 론
본 연구는 국제화 시대 자국과 타국의 이문화적 협상심리특성과 협상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도출하여 공,사단체 임직원의 협상마인드 제고와 협상자세, 전략 등의 교육훈련 자료 제공에 목적을 둔다. 협상은 경영이나 정치 행정에 있어서 중요한 경쟁요인이며, 효과적인 협상전술은 경영자나 리더, 관리자에게 더욱 중요하다. 특히 국내외 공사부문에서의 M&A, FTA, 노사문제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해결을 위해 협상력 제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2007년 5월 타결된 FTA 협상이나 2007년 7월 발생한 이라크지역 탈레반(Taliban)의 샘물교회 신도 피랍, 또는 글로벌기업의 국내외적 M&A의 증대 등 협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계속하여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아직까지도 협상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이종건 : 2) 체계적인 협상시스템의 부재를 방관하고 있다.
한국인은 협상 시 불필요한 자존심, 자기 비하, 준비 소홀, 무객관성(김병국, 2002)등의 행태를 보이거나, 또는 협상에 임해서도 장유유서와 권위주의, 흑백논리, 조폭식의 극단적 해결을 모색(김기홍 : 193)하는 행태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합리성, 공정성, 준법성 등을 강조하는 문화로 개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회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탈피하지 못한 채 구습에 젖어 있다.
본 연구는 왜 한국인은 협상에 약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한국의 문화심리적 접근을 통하여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 주요 내용은 국제화시대 한국의 전통문화 특성을 분석하여 협상문화 특성요인을 발굴하고, 개별국가의 문화적 차이가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구축하고,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협상문화 특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곧 ‘知彼知己 百戰不殆’란 孫子의 말처럼, 우선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파악을 위한 문화심리적 접근을 중심으로 문화적 특성을 찾고, 아랍인의 그것을 분석한다. 이와 같은 진단을 토대로 바람직한 협상력 제고방안을 찾아 제시한다. 주요 대상은 ‘샘물교회인’들에 대한 탈리반의 인질협상 과정을 ‘치킨게임’의 시각에서 비교하였다. 본 연구의 방법은 첫째, 문헌연구이다. 협상연구의 이론적 문헌, 학술지 등과 현황분석을 활용한다. 둘째, 관계된 일간신문 등을 분석한다.
Ⅱ. 국가간 협상문화의 이론적 접근
제1절 협상의 본질
1. 협상연구의 구분
기존의 협상에 관한 연구는 기술적 연구(descriptive research), 처방적 연구(prescriptive research) 및 규범적 연구(normative research) 등 3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기술적 연구는 협상과정에서 협상당사자들이 사용한 전략과 전술에 관한 분석을 시도하고 그들의 행태변화를 협상환경과 관련시켜 기술하고자 한다. 협상에 관한 대다수의 연구는 기술적 접근을 채택한다. 기술적 접근은 현상의 객관적 기술과 설명에 비중을 둠. 본 연구 또한 이러한 기술적인 접근법이다. 둘째, 처방적 연구는 협상분석가가 협상실무자에게 도움을 줄 목적으로 수행하는 연구로서 협상당사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그들의 초기 의도를 실현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둔다. 셋째, 규범적 연구는 협상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위하여 어떠한 협상과정에 따르는 것이 필요한가를 제시하는 것이다(남기덕, 1997 : 208-209 ; 김승철 : 25-31). 즉 성공적인 협상방법이나 기술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주안점을 둔다.
2. 협상의 의의
협상이란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둘 또는 그 이상의 상호의존적인 사회 개체들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Pruit, 1981), 또는 협상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한 형태로서 다양한 장면에서 이루어지는 갈등 해소방법으로서 타인과 상호 작용을 통하여 목적을 성취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Thompson, 1999). 환언하면 거래하는 쌍방이 일련의 제의(offer)와 대응제의(counter offer)를 주고받는 가운데 상호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강성(2005 : 37-38)은 협상(Negotiation)과 교섭(Bargaining)의 의미는 대동소이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협상은 공공조직이나 노조 등 복잡한 사회단위에서 발생하는 제 이슈의 상호작용으로, 교섭은 상업적인 매매에서 개인 간의 거래적 상호작용에 비중이 두어진다고 구분한다.
협상의 이유는 두 가지이다(Lewicki, Saunders, & Mintion, 2001). 첫째, 협상자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며, 둘째, 협상 당사자들 간의 문제나 논의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Shell(1999)은 협상이란 자신이 협상 상대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거나, 상대가 자신으로 부터 무엇을 얻고자 할 때 발생하는 상호작용적인 의사소통과정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협상이라는 개념은 다의적이어서 명쾌하게 하나로 개념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행연구들을 분석하면 협상의 어의적 특징은 “상호의존적, 갈등, 논의 해결, 의사소통, 상호 작용, 토론, 합의, 대안 도출”등으로 범주화 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 등을 토대로 하여 본 연구에서는 “국가간 인질협상이란 관련국가 주체간 인질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관계된 이해당사자들과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상호작용 과정” 이라고 정의한다.
3. 협상의 구성요소와 가치, 중요성
협상의 기본요소는 협상당사자(party), 이해관계(interest), 협상과정(process), 그리고 협 상 결과(outcome)로 구성된다(이강성, 2005 : 37). 우선 협상이란 2인 이상의 사람이나 집단의 존재를 전제한다. 곧 협상당사자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 행동하는 둘 이상의 사람이나 혹은 공통이해를 지닌 집단이다. 이해관계는 각 당사자가 분배할 자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호도를 말한다. 협상과정은 협상결과를 이루기 위한 상호작용과정이며, 협상결과는 협상의 산출결과이다. 이것은 합의의 실패인 파국이나 상호합의 등으로 나타난다.
첫째, 협상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의 행동을 통하여 자신과 상대방간 관계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주체로 인식시켜 준다. 둘째, 자신과 상대방간 신뢰풍토 조성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협상을 통한 영향력 행사과정에 한 당사자인 구매자에 대해 설득자나 대항자가 아니라 조언자나 안내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넷째, 협상은 고객 등 상대방이 문제 해결 방안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교환을 원활히 해 준다. 다섯째, 협상은 상대방과의 장기적 관계개발을 가능케 한다(Shapiro, et al, 2001).
Lewicki, Saunders, & Minton(1999)는 협상의 중요성에 관하여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많은 상황 하에서 서로 다른 많은 일들에 대하여 협상을 하며, 협상에 대한 지식과 협상에 따른 기술은 우리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누구에게나 필수적이다“라고 한다.
Bazeman & Neale(1992)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협상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종종 그들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없는 방식으로 불합리하게 행동한다.”고 언급한다. 협상의 중요성을 4가지 측면에서 제시한다.(Thompson, 2001) 첫째, 사업성격이 갖는 본질적인 역동성을 들 수 있다. 둘째, 조직 구성원들 간의 수평적, 수직적 상호의존성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셋째, 사업경쟁성의 증가이다. 넷째, 정보기술의 발전 등이다.
제2절 협상의 유형과 측정방법
1. 협상의 유형
협상유형은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손익을 기준으로 분배적(distributive)협상과 결합적 협상(integrative)으로 구분된다(Lewicki, Saunders & Minton, 1999). 첫째, 분배적 협상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매우 투쟁적인 방향의 협상으로 어느 한 쪽이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둘째, 결합적 협상은 상호 공조를 바탕으로 상호간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Fisher & Ury, 1981).
환언하면 분배적 협상은 당사자들에게 귀착되는 이익의 크기가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분쟁의 당사자가 이익을 나누어 가지려 하며, 하나의 당사자가 이익을 얻고 상대방은 손해를 보는 승리-패배(win-lose) 모형이며, 결합적 협상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일방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협상행태, 이익배분, 정보, 상대배려 및 협상전략으로 구분하여 약술한다.
첫째, 협상행태와 이익배분 측면을 보면 분배적 협상은 양당사자가 정해진 이익을 ‘누가 많이 갖느냐’식의 피자 나누기(pizza-cutting)형태로서 상대가 많이 얻으면 그만큼 자신의 이익은 적어진다. 반면 결합적 협상은 협상이익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서로 협조하고 더 큰 피자를 만들면(lager pizza-cooking) 그 만큼 자신들의 몫을 키울 수 있다는 윈-윈 게임으로 인식한다. 둘째, 정보의 흐름과 관련 분배적 입장은 가능한 한 자신의 정보를 적게 노출시키면서 상대방의 정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하고자 한다. 반면 결합적 협상은 원활한 정보의 흐름이 서로에게 win-win 게임을 도출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보아 자신의 정보를 공개한다. 셋째, 상대에 대한 배려 측면은 분배적 협상은 자기 이익과 주장에만 집착, 상대에게 관철시키고자 하나 결합적 협상은 상대의 요구가 무엇인지, 상대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배려를 강구한다. 넷째, 협상전략은 분배적 관점은 이익을 최우선시 하여 허위, 거짓정보 유포, 위협, 지연 등 기만술책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합적 협상은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제휴, 합작 투자 등 서로의 강점을 찾고자 한다.
2. 인질협상의 특수성
인질사건은 여러 가지 다른 동기, 혹은 유형으로 발생할 수 있고 또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들을 세분하고 각각의 차이점 및 유사점을 숙지하는 것은 원만한 협상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인질사건은 인질범의 유형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대별할 수 있는 바, 즉 일반적 범죄자(criminals)에 의한 인질사건, 정신장애자(mentally-ill person)에 의한 인질사건, 테러분자(terrorists)에 의한 인질사건의 경우이다. 인질사건의 협상을 위해 인질 협상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있는 미국뉴욕시경의 경험에 따르면 인질협상과정에서 인질범으로서 직업적 범죄자가 가장 다루기 쉬우며, 그 다음이 내면적 욕구불만과 갈등을 겪고 있는 심리불안자 또는 정신질환자이고, 정치적 테러분자가 가장 다루기 힘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경찰청, 2007).
인질감금기간의 장기화, 인질살해사건이 빈발 등은 테러리스트들의 인질관리 형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테러리즘, 인질감금 등의 행태가 일정한 틀에 묶여 있지 않고 상당한 신축성을 가지고 변화를 빈번히 보이는 데에서 두 가지 특성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테러리즘, 인질억류 등의 행위가 어떤 형태, 어떤 방향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위험성, 불가지성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바꿔 말해서 테러리즘에의 대응이 그만큼 가변적이어야 하고 탄력적이어야 함을 의미하고 그만한 위험 가중도 초래된다. 둘째, 테러리즘, 인질사태의 가능성 증대는 그 행위가 경직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남을 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테러범, 인질범들이 협상「할 만한」,대화「할 만한」상대로 화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질사건이 벌어지면 관계된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를 겪는 게 상례다. 만약 인질구출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면 보다 많은 인명피해를 파생시킬 우려가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양보하면 그것은 곧 테러리스트들의 승리를 의미한다.
3. 협상방법과 측정
Fisher & Ury(1981)는 협상원칙에서 협상방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제시한다. 예를 들면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고,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에 초점을 두고, 상호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며, 객관적 기준에 근거한 협상 등이 그것 들이다.
협상연구에 있어서 협상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이슈이다. 왜냐하면 협상의 종류, 상황, 협상자의 기대심리, 기업조직에의 기여성, 협상 상대방(또는 조직)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 등에 따라 협상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Druckman(1977)은 협상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① 협상의 유형 : 협의의 양, 협상의 속도, 양보의 정도 등 ② 만족도 : 협의목표에 대한 만족도, 쌍방관계에 대한 만족도 등 ③ 목표달성 정도 ④ 성과의 이행 가능성 등을 측정기준으로 분석한다.
제3절 협상갈등과 갈등관리
1. 의의
갈등이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추구하려는 목표가 타인이나 타 집단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거나 받을 것이라고 지각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Baron & Greenberg, 1990). 이런 갈등은 개인 또는 집단 간 상반된 이해관계와 그의 인식, 상대방의 방해 인식, 방해 행동 포착 등을 포함한다(Thomas, 1976). 즉 갈등은 不一致와 不和이다. 이러한 갈등은 개인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되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 강구가 요구된다(천대윤, 2005).
2. 해소전략
갈등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 왜냐하면 각 개인들이 선호하는 결과가 상반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목표 갈등(goal conflict), 아이디어나 사고가 상충하는 인지 갈등(cognitive conflict), 그리고 조직 내, 조직간 수평적, 수직적 갈등 등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갈등의 유발요인은 대별하면 첫째, 조직요인과 둘째, 개인요인으로 구분된다(Nelson & Quick, 1977). 첫째, 조직요인은 전문화, 상호의존성, 공동자원, 보상시스템의 차이, 역할기대의 차이, 의사소통의 왜곡과 지위 불일치 등이다. 둘째, 개인요인은 숙련 및 능력, 성격, 지각, 가치관 및 윤리, 문화적 차이 등이다.
이와 같은 갈등의 해소전략들은 회피, 무마, 강압, 협상, 대면, 적응, 문제 해결 등이 있다(Deep, 1978). 이들 중 갈등관리 방식 가운데 협조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갈등관리는 성격유형(Kilman & Thomas, 1975), 성별, 성장욕구(Bell & Blankency, 1977)등에 따라 관리방식이 상이하기도 하다.
제4절 협상연구의 선행연구 경향 분석
1. 선행연구 경향 분석
협상연구는 1960-1970년대의 사회심리학적 접근, 1980년대의 경영학적 접근 및 1990년대의 의사결정론으로서의 협상연구가 이루어 졌다(Neale & Bazerman, 1991 ; Lewicki, Saunders & Minton, 1999 ; Pruitt & Carnevale, 1993 ; Thompson, 2001).
1960-70년대의 연구는 주로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협상자의 개인적 차이와 상황적 특성에 관하여 이루어졌다(Rubin & Brown, 1975). 이어서 1980-90년대는 행위적 의사결정연구(BDR : Behavioral Decision Research)로서 수학적 분석인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주류를 이루었다(Raiffa, 1982). 2000년대의 사회심리학적 접근은 사회적 관계, 자기중심성, 동기화된 환상, 감정 등의 사회적 요소들을 추가하여 연구되고 있으며, 특히 정보화의 진전과 세계화와 관련 문화가 협상에 미치는 연구에 관심이 높아졌다(Thompson, 2001).
협상과 관련된 주요 선행연구 내용을 일별하면, 먼저 갈등 주체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그 해결전략의 한 수단으로서 협상 이론적 접근을 들 수 있다(Bazeman & Neale, 1992 ; Lewicki, Saunders, & Minton, 1999 ; Pruit, 1981; Shell, 1999 ; Raiffa, 1983 ; Thomas & Kilman, 1977 ; 이달곤, 1995). 최윤희(1998)와 나은영(1995)는 국제협상의 문화적 접근을, 황상민(1995) 또한 한국인의 협상심리를 유형화하여 협상전략을 분석하였으며, 김진학, 김현종(2002)도 국제협상의 문화심리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김병국(2002)도 협상심리를, 이종건, 박헌준(2004)등은 협상전략을, 조남신, 김승철(2004)은 국제협상의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나, 한국인의 문화심리 분석을 통한 협상문화연구는 덜 이루어진 것이 현실이다.
2. 분석의 틀
협상은 타결되거나 결렬될 때까지 지속되는 일련의 제안과 대응제안으로 이루어진다(Deutsch, 1973 ; Pruit & Carnevale, 1993). Thomas(1990)는 협상전략의 유형을 경쟁, 협력, 타협, 동조, 회피(Thomas, 1990 ; Kabanoff, 1987)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또는 개인적 접근, 지배, 친절, 통합, 타협, 회피(Rahim, 1983) 등을 들기도 한다.
첫째, 경쟁적(competing) 전략은 협상의 가치를 최대화하려는 데 목표를 둔다. 이것은 적극적 전략으로써 상대방의 원망과 분노를 초래하는 승패상황의 경우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나 조직 등 갈등당사자들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이용한다. 경쟁은 상대방의 희생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전략이다. 둘째, 협력적(collaborating) 전략은 협상의 가치를 최대화함과 동시에 상대방과의 관계로서 쌍방의 관심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접근이다. 셋째, 타협적(compromising) 전략은 각 당사자가 다소 불만이 있으나 차선으로 상호 의견일치에 도달하고자 하는 접근이다. 이는 자신과 상대방이 모두 최적은 아니지만 서로 간 에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협상 쌍방이 모두 이득을 얻게 되는 쌍방승리(win-win)의 경우가 된다. 넷째, 순응적(accommodating) 전략은 협상자가 성과보다 관계적 성과를 더 중요시할 때 적절하다. 이러한 방식은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을 때 내일을 기약하는 전략이다. 다섯째, 회피적(avoiding) 전략은 수많은 전략적 협상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사용되며, 주로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무시함으로써 갈등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갈등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접근이다.
또 다른 시각의 분류로서 양보, 경쟁, 문제해결, 무반응, 철회 등이 있다(Pruit & Carnevale, 1993). 첫째, 양보란 요구의 축소이다. 둘째, 경쟁은 위협, 괴롭히기, 설득적 논쟁 등을 포함한다. 셋째, 문제해결은 협상당사자가 서로 납득할만한 합의점, 즉, 윈-윈의 추구 노력이다. 넷째, 무반응은 이슈와 관련된 토의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철회는 협상의 결렬을 의미하며, 합의도출의 실패를 말한다. 본 고에서는 협상대상국인 아랍인의 문화특성(이승영 외 : 241-242)을 제시하고, 인질협상에 대한 ‘치킨게임’ 관점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Ⅲ. 국가간 협상문화의 특성분석
제1절 국가간 협상문화 특성
1. 협상 자세
한국인의 협상문화 특성을 협상인식과 고유의 문화를 토대로 일별하면, 첫째, 한국인들은 협상은 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지한다(이종건 외, 2004 : 41 ; 황재영, 1999). 동양권의 국가들은 다수가 협상은 권력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둘째, 한국인들은 이슈보다 인간에 관심과 중점을 둔다(황재영, 1999). 이것은 특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문제’ 자체에 국한하여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접근한다(김기홍 : 202). 한국의 협상자 들은 관계를 중요시하지만, 때로는 직설적, 도전적이어서 다소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경우가 많다(Tung, 1991). 특히 ‘기분’에 따르거나 감정적일 경우가 많고, 성급한 행동을 보인다. 셋째, 위기의 단계적 확대와 극단정책(brinkmanship)을 사용한다(Snyder, 1999 ; 이종건, 2001 : 27). 한국인의 경우 의사결정과정에서 조급성과 즉흥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감정적인 요인이 협상과정에 영향을 미친다(Tung, 1991). 한국인은 협상과정에서 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거나 자주 파국으로 치닫다가 극적으로 타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넷째, 술수나 사술이 있는 기교로 인식한다. 한국인은 협상을 인간관계에 있어서 술수나 사술로 본다. 즉 많은 이득을 내기 위한 속임수라는 것이다. 다섯째, 협상을 상호신뢰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한국인은 협상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상호신뢰가 부재한 증거라고 보며, 따라서 협상행위가 시작되면 마치 적과 전투하듯이 대하는 경우가 많다. 끝으로, 암묵적이고 은밀한 행위로 인식한다. 한국인은 협상이란 1차적인 연고관계나 동류의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타인과의 행위로 간주한다. 그래서 협상이란 암묵적이며, 가능한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행동방식으로 인식한다. 이것은 한국인의 의사소통구조가 복합적이며, 은밀하고, 간접적인 특성에서 연유한다(황재영, 1999 : 165-169).
2. 협상문화 특성
첫째, 한국인의 협상마인드는 상당히 부정적이고 수세적임(이종건 : 24-29 ; 이종건외, 2004 : 40). 한국인의 협상에 대한 거부감은 협상에 대한 사전 논의나 준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면밀한 준비 없이 떠밀려서 협상에 임한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인은 상 거래적 사고와 인간적 사고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협상마인드에 존재하는 혼재된 사고는 협상이슈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컨대 노사협상의 경우 임금이나 상여금 협상은 상 거래적 측면이 강하나 노사양측은 상거래적인 측면에서 계속적인 문제해결을 하지 못한다. 셋째, 협상대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대표가 협상이슈나 문제에 대해 정통하고,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인 경우가 대다수이나, 한국의 경우 협상 팀이나 전체를 대표할 수 사람이며, 그는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통해 협상을 주도하고자 한다. 넷째, 폐쇄적, 권위주의적 행태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은 협상과정에서 종종 폐쇄적, 고압적이어서 협상결과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것은 관료문화와 폐쇄적 권위주의에서 비롯된다. 끝으로, 문서화된 합의조건이나 약정에 관대하거나 소홀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황재영, 1999). 특히 한국인들은 협상문안이나 약정을 소홀히 여기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척하여 협상결과를 뒤집어 버리려는 행태를 보인다.
제2절 한국과 아랍인의 협상행태
1. 한국인 협상행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은 협상에서 결정권의 권력자 집중, 암시적인 의사소통(집단주의), 대립보다 타협의 선호(여성성), 규칙의 중시(불확실성 회피) 및 장기지향으로 특성화 된다. 이것은 개인주의 문화(예컨대 미국 등)와 거의 상반되는 문화적 특성들이다. 이하에서는 한국인이 협상에 약한 이유를 자존심, 자기비하, 준비 소홀, 무 객관성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김병국, 2002: 45-57).
첫째, 자존심이다. 한국인이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감정적 이유로 자존심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명분(名分)을 지나치게 중시한다. 명분이란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로서 동양적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주요한 인자이지만 실리를 생각지 않고 자존심만 중시하는 태도는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이다. 협상을 효과 있게 하려면 불필요한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자존심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어낼 때 저절로 세워진다. 둘째, 자기비하(유교적 겸양)이다. 한국인은 스스로 자신을 낮춰 상대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해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있어서 당장의 이익에 중점을 두는 현대사회에서 상대가 알아서 해 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상대에게 처분을 맡기는 것은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상대에게 이용만 당하여 원망의 이유가 된다(김병국 : 49). 한 쪽의 힘을 무조건 인정하고 저항 없이 굴복하면 협상은 지거나 이기는 제로섬방식으로 결과 된다. 협상은 서로의 만족도를 높이는 과정임을 명심할 일이다. 셋째, 준비 소홀이다. 세 번째는 준비 없이 얻으려 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인간관계를 중시하여 지나치게 과신한다. 협상 시 인간관계는 물론 중요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은 상대를 안다는 것만으로 그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다.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대에게 무엇을 얻을 것인지, 무엇을 양보해도 좋을 것인지에 대한 사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협상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그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 협상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면 대다수가 분비부족, 또는 잘못된 준비 때문이었다. 끝으로, 무객관성(비과학적, 감성중시)이다. 한국인들은 상당수가 자신이 만든 규범과 원칙의 틀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내용의 상당부분이 감정적이거나 개인의 부분적 경험에 의한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協商에 장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주관적인 규범이나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경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협상을 이끌기 어렵다. 논리적인 협상은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상대를 설득시키고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렵다. 한국인은 일방적인 가치관을 강요당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정당한 주장을 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기존의 가치관, 편견 등 협상의 장애요인을 거둬 내고 객관적인 논리성과 합리성에 기초하여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2. 탈리반의 문화특성
아랍인들은 < 표 1 >에서처럼 협상에 대하여 전형적으로 감정적인 접근방법(affective approach)을 사용한다. 즉 그들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주관적 기분에 근거하는 감정적인 호소의 방법으로 대응한다(이승영 외 : 242). 아랍인들은 일반적으로 상대방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종종 협상과정을 통하여 기꺼이 양보하며 언제나 상대방의 양보에 대하여 보답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대부분의 아랍인들은 시간이나 권한위임에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마감시간에 대해 무관심하게 대처하며 협상자는 쌍방간의 모든 논쟁점들에 대해 토의하고 합의하는 데 필요한 권한의 부족을 느끼지 않는다.
< 표 1 > 아랍인의 설득방식
|
아랍인의 협상 행태 |
협상스타일과 진행과정 |
감정적 : 감정적 호소 |
충돌 :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응 |
주관적 감정에 근거하여 대응함 |
양보 |
협상과정의 일부로서 전협상과정을 통해 양보함 |
상대방의 양보에 대한 반응 |
거의 항상 상대방의 양보에 보답함 |
상대방과의 관계 |
장기적 |
권한 위임 |
광범위함 |
협상초기의 태도 |
극단적 |
마감시한 |
무관심함 |
출처 : 이승영 외(2010 : 241-242).
이처럼 협상스타일은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상이한 협상스타일을 지니는 외국인들과의 국제협상은 많은 어려움을 유발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국가간 협상문화 특성을 참조하여 아랍계 탈리반과의 협상사례를 시론적으로 분석한다.
Ⅳ. 국가간 협상문화 사례분석
제1절 갈등쟁점을 중심으로 한 갈등분석
1. 탈리반협상 사례 분석
2007년 중반기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외교 역량을 총동원 해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 예컨대 탈레반의 절묘한 강ㆍ온 전술과 현란한 선전전에 끌려 다녔거나 협상력과 협상전략 부재 등의 취약점들을 노정시켰다.
첫째, 한때 집권 세력이었던 탈레반의 전략ㆍ전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전문가 부재라는 문제점을 들 수 있다. 탈레반을 잘 알고 정교하게 대응했더라면 조기 석방과 인명 피해 방지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한국일보, 2007.8.30). 정부가 아프간 당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테러조직과 직접 협상할 수 없다는 명분과 동맹국인 미국이 벌이고 있는 대 테러 전쟁에 대한 공동보조를 무시할 수 없는 탓에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중간에 내세우는 간접 협상을 고집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한다. 실제로 탈레반 측은 25일 배형규 목사 살해 직전 “협상 실패”를 선언했지만 “탈레반이 인질 8명 석방을 약속했다”는 아프간 정부 측의 말을 믿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탈레반 측은 “아프간 정부가 협상에 미온적”이라며 인질의 추가 살해를 위협했지만,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통해) 무장단체 측과 직·간접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으며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반복 하므로서 정보부재 문제를 나타냈다. 둘째, 사건 초기 협상을 위해 전면에 내세웠던 아프간 중앙ㆍ주 정부의 협상력과 교섭 기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대립 양상 등에 대해 우리 측의 판단 미스가 있었다. 단적인 예로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가 탈레반 측과 협상 시한 이틀 연장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30일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대표단의 협상 자세에 불만을 품고 심성민을 살해했다. 간접 협상을 하더라도 협상 과정과 정보 등 상황을 장악ㆍ통제했어야 할 우리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너무 기댔음. 정부는 수차례의 나이지리아 납치 사건에서 협상에 현지 정부나 주정부를 내세워 성공을 거뒀던 경험을 살려 이 같이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셋째, 사건 초기 탈레반이 인질 전원 살해 위협을 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연내 철군 계획이 잡혀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협상카드를 성급하게 일찍 소진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넷째, 한국 정부가 군사 작전을 사건 초기부터 완전 배제했던 부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이다. 압박카드를 너무 쉽게 던지고 소극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협상 내내 탈레반 측에 끌려 다녔다. 반면 군사 작전 배제는 탈레반의 신뢰를 얻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다섯째, 테러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인 인질 살해가 잇따르고 해결 전망이 암울했던 시기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대테러 대응 매뉴얼을 수차례 만들면 뭐하나"고 푸념했을 정도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대테러 외교 및 대응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끝으로, 탈레반이 2007년 8월 한국 측과 대면협상에서 `제 3의' 인질 석방 조건, 즉 `이면합의' 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측과 합의한 인질 전원석방 조건으로 그간 공개된 두 가지 외에 다른 여러 조건이 있었다" 고 발표하였다(연합뉴스,2007.9.15).
그간 양 측은 1) 연내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 전원 철수 2) 기독교 선교단체 아프가니스탄 입국 금지 등 두 가지만이 인질 석방 조건의 전부라고 대외에 공표했었다. 탈레반의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 외에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근래 보도는 1000만불(한화 약 920억원)을 인질의 몸값으로 지불했다고 한다(연합뉴스, 20207.10.14).
2. 치킨게임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소수의 사람이 서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검토하는 經濟學理論이다. 요약하면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모두 파국으로 가는 상황을 말한다. 열차가 서로를 향하여 달리는 형국이다.
이와 같은 논의에 근거하여 2007년 발생한 ‘탈리반’ 국제협상의 관계를 ‘치킨게임’의 논리로 접근하고자 한다. 지난 탈레반 인질협상을 치킨게임으로 분석하면 다음 < 표 2 >와 같다.
< 표 2 > 탈레반 인질협상
국가별 전략 |
한 국 | ||
突進 |
回避 | ||
탈레반 |
突進 |
인질구축작전, 인질, 탈레반 대거 사망가능성 |
한국정부가 직접 협상, 완전 철군 등 탈레반 요구사항 수용(한국 敗, 탈레반 勝) |
回避 |
대가없이 인질구출(한국 勝, 탈레반 敗) |
가능성 없음 |
이번 사태에서 한국은 탈레반의 요구조건 무시를 ‘돌진’ 전략, 인질 맞교환이나 몸값 지불을 ‘회피’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탈레반의 경우 인질살해는 ‘돌진’으로, 인질 석방은 ‘회피’이다.
치킨게임이론은 세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한국이 돌진, 탈레반 회피는 한국이 승리하는 경우이다. 둘째, 탈레반이 돌진하고, 한국이 회피하는 경우는 한국이 패배이다. 셋째, 양쪽 모두 돌진으로 인질도 살해되고, 탈레반도 섬멸된다. 이 중 한국은 두 번째 전략을 택하여 탈레반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였다. 한국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3. 三無 協商
2007년 7월 19일 탈레반 무장 세력에 피랍되어 40 여일 만에 석방된 ‘샘물교회’ 교인 19명 구출 협상과정을 보면 한국의 협상전략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三無協商’ 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예시한다(매일경제, 2007.9.3).
첫째, 적절한 대응지침 부재의 無原則 協商이다.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한 원인은 빈번한 피립사태에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지침이나 전문가가 불비했기 때문이다. 대테러 관련 법규는 대통령 훈령 제47조 ‘국가 대테러활동지침’ 뿐이다. 2007년 현재 외국의 신규 수주의 대부분이 중동과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고, 그들 물량 중 85%가 이들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뉴스위크 한국판, 2007.8.8).따라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둘째, 협상이 수준이 최고수준의 직위자 들로부터 만나 협상에 임하는 거꾸로 되어 있는 無戰略 協商이다. 탈레반의 인질살해 위협에 노무현대통령, 백종천 대통령 특사,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총출동하고, 김만복 국정원장과 비밀요원까지 협상에 나서는 실수를 저질렀다. 셋째, 협상 상대방의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하여 무지한 無知識 協商 등이 그것들이다. 인질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아랍어교수를 현지에 급파하여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아프간에서는 아랍어가 통용되지 않고 파슈툰어와 다리어가 쓰인다는 사실을 몰라 다른 현지전문가를 찾느라 허둥대고, 탈레반이 테러단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아프간 정부를 통하거나 대면협상을 통해 요구조건을 관철시키는 데만 집중했다. 이상의 문제점을 < 표 3 > 에 정리한다. 넷째, 정보부재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현지에 밝은 정보원과 기타 현지인들을 직접 고용 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한다(신동아, 2007.9 : 327). 끝으로, 이와 같은 삼무협상은 한국인의 협상행태에 미치는 전통적 의식구조(전통사상)에 기인하는 점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확인된다. 예컨대, 장유유서(무전략), 권위주의, 흑백논리 등이 그것 들이다. 이러한 행태들은 공공이나 민간협상에서도 공통으로 확인되고 있다.
< 표 3 > 탈레반 피랍협상 문제점
테러대응 원칙부재 |
전문가 부재 |
탈레반과 공개대면협상 |
철군발표와 구출작전배제 |
- 대통령 특사, 국정원장, 외교장관 등 무원칙 행동 |
- 탈레반에 대한 이해, 정보부족으로 초기협상 실패 |
- 국제사회 비판초래, 한국인 납치 재발가능성 상존 |
- 강온 양면전략 포기한 전략 부재 |
Ⅴ. 국가간 협상문화의 주요 시사점
본 연구는 왜 한국인은 협상에 약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한국의 문화심리적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탈리반과의 협상사례를 중심으로 2가지 점에서 경험적 시사점 및 협상사례 비교의 시사점을 제시한다.
1. 경험적 시사점
21세기 지식정보시대의 가치체계는 합리성, 공정성, 합법성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국민문화 형성의 토대위에 명분보다 실리의 중시, 객관적 분석과 접근, 치밀한 정보수집과 분석 및 상대 문화의 이해 등에 기반 한 협상전략 개발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재외 한국인들의 안전에 대해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사건은 40여일 만에 해결됐지만, 소말리아에서 납치 된 후 70일 이상 억류 당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현재도 4명이나 있으며, 9.11 당시 세계무역 센터에서 희생당한 한국인도 18명에 이른다. 중국의 화물선에 받쳐 목숨을 잃은 골든 로즈 호 선원들의 시체 인양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동지역의 김선일 사건 이후 보다 철저한 정부의 자국민 보호 대책이 없었다는 사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0대 경제국가인 한국은 세계 도처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위험지역에 대한 철저한 정보와 대책을 확보해야 하며 정부는 위험한 지역에 무방비 상태의 한국 국민이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방지해야 할 것이다.
2. 탈리반과의 협상사례 비교의 시사점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협상전략의 발전 방향을 원칙협상, 전략협상, 정보협상 능력의 제고방향을 중심으로 몇 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우선적으로 삼무협상을 삼유협상전략으로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첫째,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는 내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원칙협상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감정주의가 극복되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감정이 풍부하여 매사에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정서적인 것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명분(名分)에 포로되어 내세우는 불필요한 자존심을 지혜롭게 눌러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전략협상 접근이다. 전략협상을 위해서는 면밀한 계획과 준비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성격이 급하여 '기분'에 좌우되는 즉흥적 협상에 머물고 있어 이와 같은 조급성이 극복되어야 한다. 협상이나 거래는 냉철한 자세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철저하게 계산되고 준비된 계획서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거래는 냉정하게 따지면서 이해득실 계산을 잘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인식해야 한다. 협상이나 거래는 과감성과 대범성보다 세심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빈틈없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한국의 협상력 문제의 하나로 정보기록과 정보의 부재가 중요한 미비점이다. 한국인들은 기록을 잘 안 해 축적된 정보가 부족하다. 기록하지 않으니 전수해 줄 것도 없다. 중국인들은 기록은 잘하나 전수하지 않고, 일본인들은 기록광일 뿐만 아니라 전수까지 잘한다. 협상 상대의 특징, 음식점이나 매장 등등의 정보도 메모했다가 후임자에게 전수한다. 따라서 협상당국이나 상대방에 대한 풍부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토대로 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수집, 분석과 관련하여 협상전문가가 제도적으로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상대방이나 국가에 대한 관습, 신성시하는 가치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지역전문가가 제도적으로 양성하여야 한다. 넷째, 명분과 흑백논리의 극복이다.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일견 필요한 일이나 지나치면 비합리적이면서도, 완고한 고집이 될 수도 있다. 표면적인 입장에 집착함으로써 협상의 기본원칙과 어긋나게 되고, 그러면 체면에 자존심을 걸어 협상이고 뭐고 자기입장만 고수하려 하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다. 특히 협상사례에 기초한 교육훈련 요소로서 이문화 이해와 학습, 한국 전통문화와 협상문화 특성의 이해, 국가 간 이문화 특성의 내면화, 이문화에 따른 협상유형화와 대응 방안, 이문화 협상 전문가 양성 등의 과제별 대응이 요구된다.
본 연구의 한계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나 아랍문화권에 대한 연구부재, 부족으로 인하여 주로 일간지와 기타 저널보도를 인용했다는 점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아랍권 등 관계국의 문화에 정통한 연구자들의 국제협상문화 대한 후속연구가 실증적 분석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전통문화나 심리구조는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겠으나 협상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 구축은 절실한 과제이기에 바람직하기는 역사적 관점에서 권위적, 장유유서적인 문화를 지식정보사회의 흐름에 맞게 권위구조 및 기분주의 등을 걷어내고 영합게임(zero-sum game)이 아닌 쌍방승리(win-win game)를 지향할 수 있는 합리성과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협상문화풍토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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