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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 하안거 스토리텔링

현곡 이종수 2018. 9. 12. 13:17


이글은 봉은사 '봉은판전' 2018.8월 게재본임.




봉은 하안거 寶慧스토리텔링

이종수(중앙대 연구교수)

 

서울 강남의 봉은사 좌선 제1도량 봉은 선원은 추사체 대웅전과 판전, 미륵대불, 임진왜란 사명당의 조일담화담판등으로 유명한 도심 속의 유명사찰이다.

필자는 지난 2014년 겨울 동안거 이후부터 20187월 현재까지 봉은선원에서하안거 수행중이다. 수행에 무슨 이유나 목적이 있다면 우스운 말이 될지 모르나 필자의 경우 수행의 자리(locus)와 학업을 위한 眞氣(focus)를 모아 찾아 부처님의 가르침과 학업의 진수를 찾고자 함이다.

첫째, 수행의 자리 찾기 측면이다. 하안거(夏安居)란 음력 415일부터 715일까지 3개월 동안 스님이나 불교인들이 외출을 금하고 참선을 중심으로 수행에만 전념하는 제도이다. 하안거(夏安居)는 하행(夏行), 하좌(夏坐)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데 여름에 돌아다니면 뭇 벌레와 생명을 죽일 수 있으므로 이를 피하고자 함이다. 보통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라 하고, 안거를 푸는 것을 해제(解制)라고 했다.

長蘆慈覺宗賾禪師坐禪儀에서 먼저 반야를 배우는 보살은 먼저 대비심을 일으켜 큰 서원을 세우고 삼매를 정밀하게 닦아 중생의 제도를 서원하며 자기만을 위해서 해탈을 구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모든 因緣을 놓아버리고 모든 일을 쉬어 몸과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飮食의 양을 많게도 적게도 먹지 말며 잠(睡眠)도 적게도 많게도 자지 말라고 가르친다.

자세를 정하고 호흡을 조화시킨 다음에 아랫배를 느슨하게 하고 모든 선악을 생각하지 말라. 생각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려 고친다. 그것을 알아차려 고치면 곧 사라지고 만다. 오래오래 인연을 잊으면 저절로 일심(삼매)을 이루리니 이것이 좌선의 필수적 가르침이다. 출정(出定)한 뒤에는 모든 일에 있어서 늘 방편을 써서 정력(定力)을 지키기를 어린아이를 다루듯 해야 한다.

坐禪儀에서 가르치는 호흡의 토대인 단전(丹田)이란 의 밭()이다. 단은 호흡으로 단을 뿌리고 가꾸는 장소가 이다. 밭에 씨앗을 뿌리기는 들숨으로 씨앗을 뿌린다. 씨를 뿌려 곱게 자라게 하는 일을 날숨으로 고요히 수확하게 한다.

필자의 경우 선원에 입실하여 결가부좌하고 전후좌우 두 세 차례 중심을 잡고, 눈을 반개하고, 손을 禪定印을 취하여 호흡이 들고 나는 것을 고요하게 관한다. 10여년 이상 되면 호흡이 로 바뀌어 들고 나고, 복부가 딱딱해지면서도 부드러운 율동의 느낌을 알게 된다. 호흡을 중심으로 수식(數式) 수행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하나가 되고, 호흡의 들고 남이 없어지는 무호흡 상태에 도달한다. 붓다는 날숨의 극치에 至福이 있다고 했다.

봉은 신행 4년 동안의 좌선수행은 내면적 측면에서 무시로 관세음보살을 암송하며, 힘들 때마다 心眼으로 下丹田을 관조한다. 에 속지 않고, 語默動靜 丹田에 거하며, 6감 작용에 현혹되는지를 인지한다. 그래서 생각이 일어나면 얼른 단전으로 의식을 집중하여 모든 현상에 치우치지 않는 마음에서 형상이 아닌 실체()를 바로 보아야 한다고 본다. 불가의 바라밀(婆羅蜜), 바라밀다(波羅蜜多)는 산스크리트어 파라미타(पारमिता pāramitā)로 구극(究極)의 상태 · 최고의 상태인 무분별지(無分別智)이다.

호흡이 늘어나 여유가 생기면 날숨을 길게 하라는 이유는 날숨을 쉴 때 알파파가 나와 몸에 좋은 호르몬이 분비가 되어 마음을 차분한 상태로 이끌기 때문이다. 날숨 시에 하단전 기운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하단전(정확하게는 精囊)을 응시하는 것이다. 불교적으로는 상수멸무위(想受滅無爲)인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無住處, 無住心, 非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心法으로 精神(마음)을 다스려 眞理理致를 깨우침이다. 힌두교와 불교의 심신 수행법인 명상은 집중명상(samatha)와 통찰명상(vipassana)으로 구분되며, 집중명상은 한국의 경우 간화선을, 통찰명상은 매 순간 깨어있음 호흡수행을 주로 한다. 수행 시 무엇이 보인다거나 미래를 예견한다 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며 욕망의 소산이다. 사심없이 寂靜, 艶談, 虛靜, 無心의 자리를 오고 갈 뿐이다. 전일(全一)精囊에 일념을 둘 뿐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마주하며 生住異滅하는 萬象을 보고 느낄 뿐이다. 얻을 것도 버릴 것도 없다는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를 찰나에 알아차릴 뿐이다. 좌선의 효과는 비움이 치유의 길이요, 핵심임을 체득함에 있다.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하나의 부동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둘째, 세속학문 밝히기 측면이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도가적 방법(仙道)을 건강술로 이용하고 있었다. 孟子不動心(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핵심은 意志. 뜻은 의 통솔자이다. ()을 잘 조절하여 기가 난폭하지 않게 해야 한다. 내면을 반성하여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으면() 대력(大力)이 나온다孟子공손추2장에서 말했다. 그는 또 學問이란 달아나는 마음을 잡는 것이라고 하고, 그 방법으로 정이와 주희는 성리학의 경()의 실천을 주일무적(主一無適 : 마음을 잡아 집중시킴)을 중심으로 수행했다. 특히 物慾이 본심을 해치는 것(放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栗谷 李珥는 마음을 보존해 정신을 昏昧하지 않게 하는 방도로 정좌를 내세웠다. 退溪栗谷도 학문의 방법으로 主一無敵을 실천했다.

셋째, 수행측면의 스토리텔링 사례로 원불교는 간이한 丹田住 선법으로 오래 오래 계속하라”, “선이 즐겁고, 몸이 건강해지며,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음을 단전에 한 즉 생각이 잘 동하지 아니하고, 기운도 잘 내지게 되어 안정을 쉽게 얻어요.” 등을 스토리텔링한다. 중국의 진푸티 보리선수 선 수행방법 체험 스토리텔링은 우리는 대광명수지법 수련을 시작합니다. 자리에 앉아 몸을 바르게 세웁니다. 자연스럽게 머리에서부터 발가락까지 천천히 긴장을 풉니다.”

필자는 수행자인지라 수행의 자리와 학업의 정진방안을 좌선에서 구한다. 인간적 한계를 붓다의 가르침 따라 행하고, 업보에 따라 이루어질 것을 믿고, 오로지 가르침 따라 수행 정진하고 있을 뿐이다. 정리한다면 정신적 수행측면에서는 좌선을 지향하며, 학문의 접근방법으로는 주일무적을 통한 심신의 안정 도모라고 할 수 있다. 파라미타가 無焦點의 전체를 관()한다고 한다면, 주일무적은 한곳에 머물고자 한다. 그러나 한곳이 전체이고, 전체가 한곳인 그곳은 무념무상, 무한의 세계이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화두는 창의성과 감성고양에 있다. 위스콘신대학 뇌신경학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명상으로 기분이 긍정적일 때 뇌기능이 활성화 된다고 했다. 빌 조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명상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이유는 리더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게 돼 업무를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는 불교 명상수련에 뿌리를 둔다"면서도 "불교적 해탈이나 깨달음(enlightment)이 아니라 그 순간의 '깨어있음'(awakeness)을 통해 우울감을 감소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인들이 너무 바쁘다""많은 사람은 삶의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일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히브리대 유발 하라리는 어려운 문제는 명상으로 푼다고 했다. ‘구글의 수도원장노만 피셔는 SIY(search inside yourself)라는 실리콘밸리의 구글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삶에 대한 태도를 성찰하려면 수행(meditation)이 필요하다고 했다. 좌선이나 명상은 문제에 대한 객관적 견해, 심신이완감과 창조력, 집중력과 치유력 향상, 참다운 자기 찾기 수련 효과를 입증했다. 창의성 고양은 공상과 마음 챙김(MBSR)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시대는 자력종교, 깨달음의 종교, 수행중심의 선불교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영혼과 육신에 평안한 안식처를 제공할 것이다. “봉은사 일주문, 대웅전에 염원을 예불하고 바라밀과 지혜 성취 예불 도량, 봉은선원에서 좌선하면 세속의 찌든 몸과 마음이 힐링됩니다.” 라는 체험담이 奉恩 夏安居 寶慧스토리텔링이다.

지구와 자연이 균형을 잃어 무너져 가고 있다. 문명의 利器라는 과학과 인공기술이 지구와 인간을 파멸시키고 있는 이때 그 공존의 길은 慾望을 줄이는 일이며, 그 시작은 瞑想에서 출발할 수 있다. 봉은선원은 그 자리를 도심 속에 제공하고 있다. 욕망에 얽매며 길 잃은 자들에게 길을 밝혀 주는 안식처다. 인연이 닿은 이웃들의 동참을 권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