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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리더십

현곡 이종수 2006. 6. 23. 07:18

 

『厚黑學』과 『君主論』의 實戰리더십


이종수(중앙대 행정대학원 연구교수)


  세상을 통치하고 지배하는 이는 누구이며, 어떤 요인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가? 이 글 은 바로 이와 같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일반 리더와 소시민의 성실한 노력과 삶의 굴레에서 그 출세의 열매를 맺기 어려운 원인을 고찰하고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20세기 초반 중국의 이종오는 후흑학(厚黑學)을 발표한 바 있다. 후흑학은 ‘두꺼운 낯 가죽과 시커먼 속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후흑학의 效果는 작은 일에 쓰면 작은 효과가 있으나, 큰 일에 쓰면 거대한 효과를 거둔다. 유방(劉邦)과 사마의(司馬懿)는 그 점을 터득하여 천하를 얻었다. 그 주요 내용은 厚는 天下의 根本이며, 黑은 천하의 道인 바, 낯가죽이 두껍고, 속 마음이 시커먼 자는 천하도 그를 두려워하고, 귀신도 그를 무서워 한다.

  첫째, 厚는 두껍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닳고 닳을수록 두꺼워진다. 예컨대 손과 발바닥의 굳은 살은 닳으면 닳을수룩 두터워지는 것이 그것이다. 둘째, 黑은 시커멓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씻으면 씻을수록 새까맣게 된다. 진흙과 먼지투성이의 숯덩이는 씻으면 씻을수록 시커멓게 되는 것이다. 후흑의 第1段階는 성벽같이 두껍고 석탄같이 검은 것이다. 第2段階, 두껍고도 질기고, 검도고 윤이 나는 것이다. 第3段階, 무형의 후, 무형의 흑이다. 낯가죽이 두껍지만 형체가 없으며(無形無臭), 속마음이 시커멓지만 색채가 없다(無形無色). 현대에도 厚黑에 정통한 사람들은 아는 사람은 얼러 먹고, 모르는 사람은 속여 먹고, 현대사회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

  유방(劉邦)은 토사구팽과 후흑의 달인으로서 천하통일(漢)을 이룬다. 예의나 염치를 모두 없앴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항우(項羽)가 유방의 부친을 삶아 죽이겠다고 도마위에 올리자, 유방은 “그 국 한사발을 나누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또 초나라 병사에게 쫓길 때는 친자식을 둘(孝惠와 魯元)이나 마차에서 떨어 트렸다. 曹操(맹덕)은 “나는 남을 배반할지언정 남에게 배반당하지는 않겠다.” 냉정, 계산, 주도면밀의 대명사이자 복유양모(腹有良謀: 배 속의 뛰어난 계략)의 厚黑의 소유자였다. 그와 비견되는 劉備의 타면자건(唾面自乾)도 후흑의 절정이다. 唐太宗 李世民의 양지양능(良知良能)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서양의 마키아벨리즘 또한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주의로 통한다. 군주론(君主論)은 "자신에게 합세한 자를 경계하라. 선행은 조금씩 점차적으로 베풀어라. 특권층의 지지는 서민층의 지지보다 약하다. 지지기반이 확고하면 상대가 넘보지 못한다. 오로지 선 만을 추구하는 군주는 비참한 꼴을 당한다. 가혹한 조치로 질서를 세우는 것이 더 자비롭다. 법과 힘을 적절히 사용하라. 여우의 꾀와 사자의 힘을 갖춰라. 지도자는 덕성을 갖춘 것처럼 위장하라" 는 등을 제시하고, 또한 “자기 부모를 죽인 사람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자기 돈을 빼앗은 사람은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자는 스스로 沒落의 길을 초래한다. 武力을 가진 자가 무력이 없는 자에게 자진해서 服從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너그러움만큼 자기소모적인 것은 없다. 이 세상은 君主로 하여금 완벽하게 고결한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君主는 능숙한 사기꾼이자 위선자여야 한다” 는 점을 직언했다. 21세기 리더와 소시민들은 仁義道德(孔孟)의 탈 속에 후흑과 권모술수를 장(藏)하고, 자신의 구체적 현실에 이를 적용하는 智慧를 찾을 일이다.